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흐리다 맑음
트래킹 코스 : Jhinu danda ~ New Bridge ~ Syauli Bazar ~ Birethanti(중식) ~ Nayapul(트래킹 끝)
05:00
이 산과 몸과 마음이 조금씩 적응해서 일까?
눕자마자 어떻게 잔것인지 모르겠다
마당에서 늦게까지 술판이 벌여졌는데도 나의 숙면에는 방해가 되지 못했다
"굿모닝" 가이드의 이 소리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차한잔으로 몸을 덥히고 천천히 기지개를 캔다
오늘은 오전중에 일정이 끝난다
5박 6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천천히 가슴으로 느끼며 그 여정의 끝자락을 음미하며 걸어볼 것이다
06:30
Jhinu danda 에서 급경사 계단길은 몇일간의 무리한 산행으로 피로한 다리의 근육통과 무릅통증, 발바닥 통증 등으로 오르막 못지 않게 힘이 든다
30분 가까이 급경사를 내려서면 계곡이 나오고 다시 약간 오르막 뒤에 완만한 마을길을 지나 30분쯤 가면
New Bridge 가 보인다
07:20
New Bridge 에서 왔던길을 뒤돌아 보면 ABC로 갈때 올라갔던 Jhinu danda, 마의 촘롱을 바라보며 올라갈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멀어져가는 설산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속에 각인된다
New Bridge 조금 못 미쳐서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갈림 길이 있는데 우측길로 가면 Nayapul로 가는 길이다
모디계곡을 따라 규리까지는 1시간, 다시 규리에서 Syauli Bazar 까지는 1시간이다
산허리를 깍아 만든 계단 논길을 따라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고,
가끔 뒤를 돌아보며 지난 여정을 되집어 보기도 한다
시원한 굉음을 울리며 흐르는 모디콜라는 갈수기 인데도 만년설 녹은 물로 굉음을 질러댄다
가끔 우리네 60년대 농촌 풍경과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은 사람들을 보며 나의 지난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10:30
Syauli Bazar 은 제법 큰 마을이다
이곳을 지날때 학교가는 아이들, 거리에서 사탕을 달라는 아이들 속에서 저멀리 학교 하나가 보인다
학교 등교시간이 10시 인데....
아이들은 천천히 놀것 다놀면서 따스한 햇살을 즐기다
혹시 학교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운동장에 아이들 몇몇이 놀고 있고 교실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이게 이나라 공교육의 실정이다
오지에 선생님을 파견하여도 적은 임금(월평군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과 불편한 교통수단 등으로 교사는 의욕이 없고 생활이 어려워 11시쯤 학교 문을 열고 이나라 글과 역사와 체육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2시쯤 학교를 마친다
정규 수업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4시까지이다
걷기 시작할때 부터 아이들은 가사 노동에 시달리며 아이들 부모가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보통 학교 가는 길이 1~2시간은 기본이니 학교는 늦게 열리며 교사들도 일찍 마치고 따로 과외를 하여 생활을 한다
이나라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려면 사립학교를 가야 한다
실제로 카스트 제도하에 브라만 계급의 부자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
카스트 제도가 없어졌지만 빈부차와 계급차는 오랜시간 지속될듯 하다
Syauli Bazar 에서 1시간 30분 동안 Birethanti 까지는 모디콜라를 가까이 끼고 마을길을 따라 평지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평지길을 걸으니 발다닥의 통증이 점차 심해진다
Birethanti에 가까워질 즈음,
나의 눈길은 어린꼬마에게 쏠렸다
유치원생인듯한 꼬질꼬질한 모습에 코는 입가지 흘러내리면서 사탕을 달라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그만 나의 어린시절를 보는듯 하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모두가 비슷한 상황인듯 하다
아이들이 올라간 곳에는 유치원이란 표지판이 있는데 일행들은 그냥 지나친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고 안나푸르나를 보는게 목적인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냐 만은 모두가 어려운 질곡의 시절을 헤쳐나와 이젠 외국의 산까지 최고급 등산복에 배낭. 등산화에 고글까지 끼고 다니면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 주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수 없다
나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외국의 아이들 한무리가 학교까지 올라가 둘러보는 모습에 더욱 부끄러움을 느끼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각인한다
12:00
모디계곡의 끝지점에 다리가 있고
양쪽에 상점들이 즐비하며 이곳이 Birethanti 이다
Birethanti에는 차가 들어 올수 있으며 여기서 점심을 먹고 30분만 내려가면 트래킹의 종착지인 Nayapul 이다
13:00
점심이 끝나고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려가는데 어른들과 아이들이 계곡가에서 작은 헤머를 들고 주먹만한 돌을 깨고 있다
그것은 이곳이 중생대에는 바다였다는 증거인 암모나이트 화석을 캐고 있다
수십개를 깨면 하나씩 나온다고 하는데 돌의 파편으로 눈과 손등 등 위험이 따르는 일인듯 하다
저렇게 하여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 모르지만....한참동안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가게에서 아들넘과 이곳 아이들 생각으로 암모나이트 화석 하나를 10달러 주고 구입하였다
그러고 보니 집떠난지 일주일이 지났구나....
가족들은 잘있는지?
직장에는 별일 없는지?
이런 저런 생각끝에 나야풀에 도착하고 먼저온 셀파와 바우와 나는 하이파이브로 5박 6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래킹을 마무리 한다
<에필로그>
안일한 타성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트래킹!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는 나에게 이미 오래된 미래이다
꿈에 그리던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과 신들의 산 마차푸차레를 보았으며,
산자락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보았고,
그 속에 잘못이라고는 이 척박한 네팔땅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아이들....
그 불쌍한 아이들과 무엇을 나눌것인가을 깊이 생각하며,
다시 찾을 때는 좀더 이들에게 다가갈수 있도록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다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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