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2014. 1. 12. 20:36

 

 

<트래킹 여섯째날>

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흐리다 맑음

트래킹 코스 : Jhinu danda ~ New Bridge ~ Syauli Bazar ~ Birethanti(중식) ~ Nayapul(트래킹 끝)

 

 

05:00
이 산과 몸과 마음이 조금씩 적응해서 일까?
눕자마자 어떻게 잔것인지 모르겠다
마당에서 늦게까지 술판이 벌여졌는데도 나의 숙면에는 방해가 되지 못했다

"굿모닝" 가이드의 이 소리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차한잔으로 몸을 덥히고 천천히 기지개를 캔다

오늘은 오전중에 일정이 끝난다
5박 6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천천히 가슴으로 느끼며 그 여정의 끝자락을 음미하며 걸어볼 것이다

06:30
Jhinu danda 에서 급경사 계단길은 몇일간의 무리한 산행으로 피로한 다리의 근육통과 무릅통증, 발바닥 통증 등으로 오르막 못지 않게 힘이 든다
30분 가까이 급경사를 내려서면 계곡이 나오고 다시 약간 오르막 뒤에 완만한 마을길을 지나 30분쯤 가면
New Bridge 가 보인다

07:20
New Bridge 에서 왔던길을 뒤돌아 보면 ABC로 갈때 올라갔던 Jhinu danda, 마의 촘롱을 바라보며 올라갈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멀어져가는 설산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속에 각인된다
New Bridge 조금 못 미쳐서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갈림 길이 있는데 우측길로 가면 Nayapul로 가는 길이다

 

 

 

모디계곡을 따라 규리까지는 1시간, 다시 규리에서 Syauli Bazar 까지는 1시간이다

산허리를 깍아 만든 계단 논길을 따라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고,
가끔 뒤를 돌아보며 지난 여정을 되집어 보기도 한다

시원한 굉음을 울리며 흐르는 모디콜라는 갈수기 인데도 만년설 녹은 물로 굉음을 질러댄다

가끔 우리네 60년대 농촌 풍경과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은 사람들을 보며 나의 지난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10:30
Syauli Bazar 은 제법 큰 마을이다
이곳을 지날때 학교가는 아이들, 거리에서 사탕을 달라는 아이들 속에서 저멀리 학교 하나가 보인다
학교 등교시간이 10시 인데....
아이들은 천천히 놀것 다놀면서 따스한 햇살을 즐기다
혹시 학교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운동장에 아이들 몇몇이 놀고 있고 교실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이게 이나라 공교육의 실정이다
오지에 선생님을 파견하여도 적은 임금(월평군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과 불편한 교통수단 등으로 교사는 의욕이 없고 생활이 어려워 11시쯤 학교 문을 열고 이나라 글과 역사와 체육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2시쯤 학교를 마친다
정규 수업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4시까지이다
걷기 시작할때 부터 아이들은 가사 노동에 시달리며 아이들 부모가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보통 학교 가는 길이 1~2시간은 기본이니 학교는 늦게 열리며 교사들도 일찍 마치고 따로 과외를 하여 생활을 한다
이나라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려면 사립학교를 가야 한다
실제로 카스트 제도하에 브라만 계급의 부자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
카스트 제도가 없어졌지만 빈부차와 계급차는 오랜시간 지속될듯 하다

 

 

 

 


Syauli Bazar 에서 1시간 30분 동안  Birethanti 까지는 모디콜라를  가까이 끼고 마을길을 따라 평지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평지길을 걸으니 발다닥의 통증이 점차 심해진다

 

 

 

 

 

 

 

Birethanti에 가까워질 즈음,
나의 눈길은 어린꼬마에게 쏠렸다
유치원생인듯한 꼬질꼬질한 모습에 코는 입가지 흘러내리면서 사탕을 달라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그만 나의 어린시절를 보는듯 하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모두가 비슷한 상황인듯 하다

아이들이 올라간 곳에는 유치원이란 표지판이 있는데 일행들은 그냥 지나친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고 안나푸르나를 보는게 목적인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냐 만은 모두가 어려운 질곡의 시절을 헤쳐나와 이젠 외국의 산까지 최고급 등산복에 배낭. 등산화에 고글까지 끼고 다니면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 주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수 없다
나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외국의 아이들 한무리가 학교까지 올라가 둘러보는 모습에 더욱 부끄러움을 느끼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각인한다

 

 

 

 

 

12:00
모디계곡의 끝지점에 다리가 있고
양쪽에 상점들이 즐비하며 이곳이 Birethanti 이다
Birethanti에는 차가 들어 올수 있으며 여기서 점심을 먹고 30분만 내려가면 트래킹의 종착지인 Nayapul 이다


13:00
점심이 끝나고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려가는데 어른들과 아이들이 계곡가에서 작은 헤머를 들고 주먹만한 돌을 깨고 있다
그것은 이곳이 중생대에는 바다였다는 증거인 암모나이트 화석을 캐고 있다
수십개를 깨면 하나씩 나온다고 하는데 돌의 파편으로 눈과 손등 등 위험이 따르는 일인듯 하다
저렇게 하여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 모르지만....한참동안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가게에서 아들넘과 이곳 아이들 생각으로 암모나이트 화석 하나를 10달러 주고 구입하였다

그러고 보니 집떠난지 일주일이 지났구나....
가족들은 잘있는지?
직장에는 별일 없는지?

이런 저런 생각끝에 나야풀에 도착하고 먼저온 셀파와 바우와 나는 하이파이브로 5박 6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래킹을 마무리 한다

 

 

 

 

<에필로그>
안일한 타성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트래킹!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는 나에게 이미 오래된 미래이다
꿈에 그리던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과 신들의 산 마차푸차레를 보았으며,
산자락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보았고,
그 속에 잘못이라고는 이 척박한 네팔땅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아이들....
그 불쌍한 아이들과 무엇을 나눌것인가을 깊이 생각하며,
다시 찾을 때는 좀더 이들에게 다가갈수 있도록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다

"See you again"

 

 

 

Posted by 반야/임대영
히말라야2014. 1. 12. 20:28

 

<트래킹 다섯째날>

2008년 12월 20일 토요일 흐림

트래킹 코스 : Himalaya Logy(2,900m) ~ Doban(2,600m) ~ Bamboo(2,350m) ~Sinuwa(2,300m. 중식) ~ Chomrong(2,050m) ~ Jhinu danda(1박)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땅에 와서 5일 만에 단잠을 잤다
푹잠을 잔 탓 일까?
아침에 입맛이 돌아와 식사시간에 공기밥 한그릇을 뚝딱하고나니 다시 "뭐던"이 나만 누룽지를 준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바우는
"앗싸~~누룽지 까지 주네...나 먹어야쥐~~!" 하면서 얼른 가져 간다
결국 몇사람이 나눠 먹었다
식사후 어제 고소와 배탈로 고생을 했기 때문일까....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가니 10분후 토하고 만다
이런 몸 상태로는 오늘도 힘든 산행이 예상된다

여행이나 산행을 하다보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Himalaya Logy를 출발전에 어제 다녀온 높은 봉우리들을 처다보니 눈이 내리는것 같다
눈이 내려 운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봉우리들은 구름속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나같이 사진찍는 사람들은 할 일이 없이 질것이다
만약 일정상 오늘 올라갔다면 사진 한장도 얻지 못하고 가슴만 쓸어내릴것을 생각하니 이 안나푸르나 산신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07:30
Himalaya Logy 출발

구름낀 날씨에 사진찍는다고 힘뺄것 없고,
선선한게 기온과 평탄한 내리막길 걷기에는 아주 편하게 빠르게 걸을수 있다
언제 내가 고소로 고생했나 싶을 정도로.....

도반까지 빠르게 내려 가니 아침을 먹지 않은 막내가이드 "버그드"는 힘들어 한다(네팔사람들은 아침 일찍 먹지 않고 10시쯤 먹고 저녁을 먹어니 하루 두끼를 먹는다)
한끼의 식사에 해당하는 고열량을 내는 스포츠 바(초크렛 같은것)를 주고 버그드를 앞질러 빠르게 하산하니 Himalaya Logy에서 Doban까지 50분만에 내려왔다


08:10
Doban에서 잠시 휴식후
Doban에서 Bamboo까지도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올라갈때 고소로 인하여 죽을 힘을 다해 올랐던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갈때 미쳐 보지 못했던 자연경관에 눈길이 간다


09:10
Bamboo이다
사진 촬영하기에는 날씨가 좋지 않고 올라갈때 충분히 촬영해 두었기에 내려 갈때는 이 히말라야 풍경을 가슴으로 담는다
Sinuwa까지의 길은 모디계곡을 끼고 정글속을 걸어가는 듯하다
일행들과 약간의 간격을 두고 길을 걸어가니 정글속 온갖 새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숲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히말라얀 원숭이다
한가족이 모여서 나를 보고 놀랬는지 재빠르게 곡예하듯 나무를 타고 달아나는 바람에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였다.
정글속에서 히말라얀 원숭이를 만날수 있다니...이 땅이 나에게 주는 보너스 인듯 하다

 

Sinuwa



11:00
 Sinuwa이다
후미보다 1시간 20분정도 일찍 도착한 것이다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약간 쌀쌀함을 느낀다
맏겨둔 렌즈를 찾고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히말라야 석청을 맛보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1리터에 1,000루피를 깍으니 800루피라고 한다
어쩐지 진짜일까?.....하고 생각하는 나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목숨을 걸고 채취한 석청을 두고서.....
이 순박한 사람들 조차 믿지 못하는 나의 순수성에 깊은 반성을 해 본다


12:45
점심으로 짜장밥을 먹는데 우리가 다녀왔던 설산의 봉우리는 보이지 않고 눈이 내리고 있는듯 하다
하늘이 도왔는지 지금까지 100%의 사진은 촬영하지 못하였지만 목표한 80%의 촬영을 허락해준 하늘에 감사드리며 쌀쌀한 날씨 탓에 점심을 먹고 곧바로 출발한다

 

아스바둘르 형제들


Sinuwa에서 능선길로 가다가 올라갈때 만났던 "아스바둘르"를 다시 만났다
녀석은 안면이 있다고 인사를 한다
올라갈때 만나지 못했던 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나니.....
한국에서 가져온 볼펜 20자루는 다 떨어지고 한자루 밖에 없어 그중 제일 큰녀석에게만 주고 돌아서니 마음이 아프다.

 

 

Chomrong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서 계곡을 건너면 마의 계단길 Chomrong 오르막이다
끝없이 소똥과 함께 이어지는 계단길.....
몇계단인지 200계단쯤 세어보다가 금새 포기하고 만다
몇일전 지나갈때는 얼마나 힘들지 모르고 그저 올라갔지만,
다시 통과 한다고 생각하니 겁나고...겁나는 만큼 힘이든다

Chomrong은 학교도 있고 비교적 큰 마을이다
큰마을인 만큼 지금까지 왔던길중 제일 소똥이 많이 널려 있다
이 소똥을 밟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보고 걷는 모습이 꼭 삼보일배를 하는듯 하다
기듯이 헉헉거리며 오르고 또 오르고...


15:00
Chomrong의 로지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바우는 티벳난민이 수작업으로 만든 열쇠고리며 빵모자를 사고 있다
나도 하나 살까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이나라에 와서 우리와 다른 느낌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작은 송아지만한 검은 개가 바보개라고 생각이 들만큼 순하고 비만이며 행동도 느릿 느릿하다
스틱으로 툭건드려도 눈만 껌뻑일뿐...뛰어 다니는걸 보지 못했다
생김새도 똑 같고 마음과 마음이 너무 멀고....외부에서 다른 종의 개가 들어온것도 아니고....나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근친교배로 열성인자를 가진 넘들이 태어난듯 하다
암튼,
이넘의 개들이 집을 지키는것도 아니고, 염소나 소몰이를 하는것도 아니고 사냥을 하는것도 아니고....개를 먹지 않는 이나라 사람들이 식용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개를 사육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루에 두끼 조차 먹기 힘들고,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이나라 백성들이 개고기를 먹어면 많은 영양개선이 될것인데......
가이드나 포터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야만인으로 바라본다
뭐...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Jhinu danda



Chomrong고개 마루에서 바라본 Jhinu danda는 까마득히 아래에 보인다
올라올때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지친 트래커들에게는 끝없이 이어지난 돌계단길도 무릅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
평소 무릅이 좋지 않아 수술까지 한 바우는 괜찮은지....
장시간 걸으면 통증을 동반하는 나의 왼쪽 발목은 그냥 저냥...견딜만하다

거의 다내려와 Jhinu danda로지 바로 위의 작은 오두막에서 젊은 아낙이 빨래를 하고 있기에 "너마스테" 하고 인사를 하니 3살쯤 되어 보이느 아니가 달려와 나의 수틱을 붙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사랑이 그리운 아이인듯 하다
몇마디 나누어 보니 남편은 말레시아에 돈벌러 갔다고 한다

지금 이나라 실정이 공부를 해도 취직할수 있는 산업기반이 없고, 오랜 내전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하여 외국으로 취업을 나가야 하는데...그것도 쉽지는 않다

 



16:00
Jhinu danda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은 15분 거리에 있는 노천 온천에 목욕을 하러 갔다
내리막보다 다시 올라올것을 생각하니 그냥 세수만하고 만다

바우가 야크치즈로 만든 피자와 맥주를 시켜서 전망좋은 옥상에서 맥주 한잔을 하고 있으니 온천을 다녀온 이들의 자랑이 시작된다
노천온천욕도 문화 체험인데....

저녁식사로 염소 두마리를 잡아 다양하게 요리되어 나온다
불고기, 수육등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요리지만 입맛이 땡기지 않는다
장시간 산행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에서 공수해와 포터가 여기까지 지고 올라온 소주 한박스도 같이 나오니 모두들 산행 뒷풀이를 하는 분위기다
가이드 및 포터 팁으로 1인당 80달러를 이미 지불했느데 여기서 다시 좀더 거두어 주자고들 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의 하는 일이지만,
이 일이 꼭 옳은 일인지 한번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인듯 하다
좀더 여유 있는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 도와준 이 아이들을 위하여 좀더 주는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공식적인 팁을 올려 주는게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평소 가이드 산행이나 산악회 산행에 익숙하지 못하고 낮선이들과 술자리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못함에 어색한 표정으로 있다 살며시 자리를 빠져 나왔다. 

 

 

 

 

 

Posted by 반야/임대영
히말라야2014. 1. 11. 22:42

 

<트래킹 넷째날>


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날씨 맑은후 흐림

트래킹 코스 : Deurali(3,230m) ~ MBC(3,720m. Machhapuchhre Base Camp) ~ ABC(4,095m. Annapurna Base Camp) ~ Deurali(3,230m) ~ Himalaya Logy(1박)

 

 

3시 30분에 기상을 한단다
하루종일 고소증세에 시달렸고, 내일은 더 심해지면 어떻하나....하는 생각에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변절되어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비아그라"와 몸에 붓기마져 있는듯 하여 이뇨제인 다이아목스를 복용하였다
비아그라 때문인지 평소 나의 맥박수는 50회를 잘 넘기지 않는데 70회가 넘어간다
폐고혈압 치료제로 폐동맥 혈류량이 늘어나니 맥박수가 올라가는것 같다
어찌되었건 내일은 고소없이 꿈에 그리던 ABC(4,095m. Annapurna Base Camp) 를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도하며 룸파트너의 코골이를 대비하여 귀마개를 하니...이런 된장~~!
나의 빠른 맥박수에 때문인지 심장소리가 망치질을 하는듯 쿵...쿵....쿵....거려서 도저히 귀마개를 하고 잠을 이룰수가 없다.
귀마개를 빼면 바우의 탱크소리에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고,
설상가상...저녁에 먹은 달밧때문인지, 고소증세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배탈증세로 밤새 화장실을 다녀야 했다


03 : 30
아무리 생각해도 잔듯 안잔듯 비몽사몽 거리고 있는데....
가이드가 차한잔 들고 "굿모닝"하며 문을 두드린다


04 : 30
머리는 조금 나아졌으나 뭘 좀먹으면 토할것 같이 메스꺼워서 눈도 뜨지 않고 그냥 누워 있으니 바우와 가이드 "뭐던"이 차례로 밥먹어라고 깨운다

좀더 누워 있다 겨우 일어나 식당으로 가니 음식냄새가 역겨워,
가이드에게 그냥 여기서 자고 있으면 안되냐고 하니....그건 자유란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었다가 5분쯤 후에 식당으로 가서 먹는둥 마는둥 한다
나만 잘 못먹는줄 알았는데 어제 고도를 약 1,000m를 높였고 꼭두 새벽에 밥을 먹어라니 잘 넘어 가지들 않는 모양이다

목표지점 ABC(4,095m. Annapurna Base Camp)가 바로 저긴데.....
한국에 돌아가 쪽팔릴것 보다
평소 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같이한 트래커들의 눈길이 무서워 짐을 주섬 주섬 챙겼다.
뭐....나는 나갈 길을 가는데...하고 말수도 있지만....이런 순간에도 주위 신경을 쓰니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는가 보다



05 : 30
렌턴불을 켜고 막 출발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
모두들 먼저 가라고 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옷을 다버릴뻔 하였다

뒤쳐져 천천히 걸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보다 더 고소증세를 호소하며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비교적 편하게 어둠속에 한발 한발 고도를 높일수 있다

MBC를 향하는 길은 계곡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계곡을 둘러싸고 깍아지르는 고봉들로 둘러싸여있다

30~40분쯤 걸어니 날이 밝아오며, 나의 몸도 서서히 이 산에 적응하여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산군의 위용을 가슴 가득 담을수 있다

기어 가는것인지 걷고 있는 것인지 나무늘보 걸음으로 걷다보니....다시 뱃속에서 신호가 온다
아...이 먼 이국땅 안나푸르나 기숡에서 실례를 하여야 하다니...

어제 저녁부터 화장실을 몇번왔다 갔다를 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다리와 온몸에 힘은 풀리고, 고도 3,500m를 넘어서니 점차 숨쉬는것 조차 힘이든다

 

 

 

 

08 : 30
그렇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MBC(3,720m. Machhapuchhre Base Camp)에 도착한 시간은 08 :30
Deurali에서 3시간이나 걸렸다
같이한 이들은 벌써 ABC로 떠났고,
가이드가 내민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으로 원기를 다시 모으니 Machhapuchhre, Hiun Chuli, Annapurna 산군들이 눈에 들어온다


 

 

 

 

 


4,195m의 ABC 가는 길은 평지라고 느낄 정도의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지금 부터는 정말 숨쉬기 조차 힘이든다
가만히 있으면 견딜만한데 움직이면 힘이든다....처음 격는 고소증세이기에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말로는 표현이 잘 되질 았는다...결국 체험을 해봐야만 알수 있을듯.....

10m전진 1분휴식, 다씨 10m 전진......
이렇게 30분쯤 올라가니 등뒤로 Machhapuchhre 넘어로 태양이 떠오른다
갑자기 원인모를 기운이 온몸을 퍼지며 사진가의 거친 숨소리 만큼이나 빠르게 셔터는 돌아간다
촬라~~!
이 극적인 순간을 17년간 지리산에서 갈고 닦은 감각으로 놓치지 않고 기분좋게 촬영하였으니,
어찌 결과가 궁금하겠는가?
이미 나의 가슴속에 Machhapuchhre의 장엄함을 담아 두었으니....

 

 

 



아침에 고소증세로 올라오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을까.....자신을 반성해본다
암튼,
이 히말라야 땅에서도 지리산에서 흘린 나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이제부터는 10m 전진....셔터 몇컷 눌러고....다시 10m 전진.....
이렇게 고도 4,000m가 가까워 지니 완전히 나의 걸음은 3보 1배이다
3걸음 걷고 1번 고개숙여 허덕거리도....

 

 

 

 

 


ABC 가는 길가에는 아직도 잔불이 남아 있는걸 보아 하루전쯤 야크 몰이꾼들이 내년봄에 풀이 잘자라라고 불을 놓은듯....대지는 온통 시커먼 잿빛이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눈감고 눌러도 사진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없이....
후회 없이.....

 

 

 

 

 

 

 

 

 

 

 

 

 


ABC표지판 앞에서 다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난 그냥...지나 친다...힘들어서....


10 : 50
ABC(4,095m. Annapurna Base Camp)에 도착하여 "밍맛" 포터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얼마나 오랜시간을 오고 싶었던 곳인가~~!
얼마나 꿈꾸었던 곳이란 말인가~~!
산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1983년 부터 꼭 25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안나푸르나에 올랐다
기쁨과 감격....지난 세월이 교차하여 눈물겹지만,
사진가로서 이 순간 감정에 젖어 있을순 없다
나의 모든 감각과 능력을 동원하여 한컷 한컷 촬영하였다.

 

 

 

 

 

 



ABC는 MBC에서 느끼었던 고소증세와는 확실히 다르다
앉아서 촬영하다 일어서니 현기증에 넘어질뻔 하고,
옆에서 바우가 말을 시켜도 대답을 하기가 힘이든다.
이런게 4,000m의 고소인것 같다

이곳을 지금까지 수많은 트래커들이 다녀갔고 그중 사진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인데 좋은 사진 구경하기가 힘이 들었던 이유를 이곳에 오르고 나서야 알것 같다
그 사람들도 나같이 고소증세로 무기력해져 사진을 촬영하기가 힘이 들었나 보다
암튼,
사진가에겐 다음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순간 최선을 다할수 밖에.....
후회 없이 촬영을 끝내고나니, 안나푸르나 날씨가 변득을 부린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다

맨 마지막으로 11 : 50에 출발하여 빠른 속도로 하산하여 올라갈때 2시간 30분 걸렸던 거리를 40분 만에 하산하였다
고소증세에는 고도를 빨리 낮추는 방법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2 : 30
MBC에서 점심으로 라면이 나왔는데 몇젖가락 먹어보니
토할것 같아서 젖가락을 놓고 먼저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 뒤돌아 보니 벌써 안나푸르나에는 눈이 내리는듯 하다
그 청명하고 눈부시던 Machhapuchhre, Hiun Chuli, Annapurna 산군들이 온데 간데 없다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나의 렌즈로 가슴으로 사진을 담을수 있게 해준 이곳의 산신께 감사를 드리면서 하산을 서두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머리 아픈것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조금만 걸음이 빨라지면 숨이차고 메스껍다


14 : 50
아침에 최악의 컨디션으로 출발한 Deurali에 2시 50분에 3등으로 도착하였다
"저...맨날 꼴찌만 안합니다"
잠시 휴식한후 평탄한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하산하였다
고소증세에서 벗어 날수 있는길은 빨리 고도를 낮추는 방법밖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16 : 00
그렇게,
올라갈때 배낭마져 맏기면서 힘들어 했던길을 가볍게 고도를 낮추어 4시에 히말라야 롯지에 도착하였다
맥주 한켠을 마시고 산행후 처음으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내가 ABC를 갔다 왔단 말인가~~!
힘든 하루 일정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며 고소증세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가이드가 가져다준 찌아(밀크티) 한잔과 함께 꿈같은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피로를 풀어본다

고소증세란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것 같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프가, 눈이 빠질것 같다, 토할것 같다, 치통이 있다....
암튼, 하도 다양한 증세를 호소하기에...
고지대 산소 부족으로 오는 증세인다 순간적으로 기억까지 잃어버리는것 같다
예방법은 천천히 땀이 나지 않게 올라가는 것이며,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고도를 낮추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틀동안 고소로 고생하는 모습을 본 댓빵가이드 "뭐던"이 저녁식사로 나에게만 누룽지를 내민다
한국에 한번도 와본적이 없는 뭐던은 곧잘 한국말을 하고 트래커들을 세심히 살피는게 아주 똑똑한 청년같아 보인다
무사히 ABC를 다녀와서인지 저녁 식사후 트래커들은 모여서 술판을 벌인다
늘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앉아 있는다
소위 폭탄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보지만...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평소 근엄하고 말이 없던 사람들고 술만 먹으면 본인의 속내를 들여내고....
한잔 두잔 술이 돌아가니 노래도 부르고....
불편한 자리를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겨우 빠져나와 잠자리에 들었다

 

 

 

 

Posted by 반야/임대영
히말라야2014. 1. 11. 22:30

 

<트래킹 셋째날>

2008년 12월 18일 목요일 날씨 맑음

트래킹 코스 : Sinuwa(2,340m) ~ Bamboo(2,335m) ~ Doban(2,505m, 중식) ~ Himalaya Loge ~ Deurali(3,230m, 숙박)

 

 


04 : 30
고도 2,340m의 Sinuwa의 아침은 키친보이들의 분주함으로 시작되었다
트래커 들에게 줄 차를 끓이는 사람,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전날  Chomrong 고개를 넘어면서 무거운 카메라 장비로 인하여 무척이나 힘이 들었지만 4시 30분에 일어난 것은 히말라야의 설산을 배경으로 별 괘적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밖을 나가보니 자연적인 조건은 너무나 좋으나 로지의 밝은 불빛과 주방에서의 불빛으로 촬영이 불가능 할 듯하다
아쉽지만 마움속에 있는 사진을 다 촬영 할 수 없는법....
욕심 하나를 살며시 내려놓으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 온다.

사람들은 내가 그냥 지나가면서 보이는대로 사진을 촬영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출발전 부터 나 나름대로 포토 시나리오를 몇번이나 작성하여 촬영하고 있고,
걸어가면서 그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며,
하루 일정이 끝나면 다시 반성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촬영 한다.
그렇기에 늘 맨 꼴지로 걸어갈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여러명의 트래커들과 같이 걸어간다는게 나에게는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조그만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몇일씩...몇시간씩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조그만 외부의 자극도 그 생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행여, 이번에 같이한 분들중 이글을 보시는 분이 계시면 오해 없었으시길 바라며,
같이한 트래커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것 또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생각 할 수 없는 나자신의 문제이니 이점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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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달리 사람들은 일찍 기상을 하여 화장실도 가고 세수도 하고 분주하다.
어제 저녁에 마신 소주 때문일까?
머리가 지근거리고 속이 메스껍다.....
혹시....고소증세가 아닐까?
설마 2,340m에서 올라고......
암튼, 움직임을 자제하고 책을 보며 오늘의 포토스토리를 머리속으로 더듬어 간다

Annapurna Treking 이라는게 여행사에서 9일짜리 상품이 나온것은
시간적으로 너무 짧다는 생각이지만,
여행사 입장에서는 무리가 가더라도 시간적으로 쫒기는 트래커들 때문에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암튼, 심한 오르내림
긴 산행시간, 하루에 고도 1,000씩 올려야 하는것....등
문제점은 많지만....나 역시 직장인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틀 동안 산행내내 꼴찌로 걸었지만 나 나름대로 여유를 가지고 히말라야 대자연이 주는 장엄함을 렌즈를 통하여 가슴에 담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이해 할려고 나의 모든 감각을 움직여 왔다
오늘부터 가야할 길에는 마을이 없다.
이곳 Sinuwa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순전히 히말라야의 대자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05 : 30
가이드의 "굿모닝" 소리와 함께 주는 생강차 한잔으로 몸을 덮히고 나니 지근거리던 머리와 속 울렁거림이 조금은 편해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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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 30
이제부터 망원렌즈도 필요 없고 밧데리 충전도 불가능 하기에 Sinuwa 로지에 렌즈두개와 충전기를 보관해 두고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숙취가 아니고 어제 배낭무게와 심한 오르내림길에서 지쳐서 생긴 고소인듯하여,
고소가 심해지면 약도 없다고 하기에 좀더 높은곳으로 올라가기 전에 배낭무게를 줄였다

이곳 Sinuwa에서 Bamboo까지 이어지는 길은 Modhi Khola(모디계곡)와 가깝게 길이 이어져 시원한 빙하녹아 내리는  물소리를 들어며 걸어간다....이 길은 히말라야가 아니고 꼭 열대우림을 연상하게 할 만큼 울창한 숲속길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마을이 없어 길가에 널부러져 있던 소똥도 없어 훨씬 쾌적하게 산행을 할수 있다.

오늘도 맨 꼴찌다....
가면 갈수록 고도는 높아지고 머리 지근거림과 속 울렁거림은 심해진다.
정말....고소증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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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젼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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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립젼드라(20살)은 경력2년 이며 대학에서 무역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며 방학을 이용하여 학비를 벌기위해 포터 일을 한다
학비는 월 700루피 이며, 도심에서 생활비가 1,500루피, 월 2,200루피가 필요 하단다.
포터 1인당 하루 일당이 500루피(먹고 자고나면 300루피를 가져간다)
달러로 환산하면 하루에 4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600정도 번다고 보면 될듯하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립젼드라는 4만원만 있으면 한달 먹고자고 학교를 다닐수 있다
부디 열심히 공부하여 오늘 흘리는 땀방울이 헛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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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마치 정글속을 걸어가는듯 하다

 

 

가끔 이렇게 달콤한 휴식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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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00
Bamboo(2,335m)의 로지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3일째 체력이 고갈되니 오히려 이 거대한 산과 하나됨을 느낀다
안나푸르나의 장대함속에 내몸을 완전히 맏기고 최대한 천천히 깊게 호흡하니,
이제 이 풍광도 낮설지 않다

마음이 편해지니 언제 왔는지 Bamboo를 지나 Doban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간다



11 : 20
Doban(2,505m)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모두들 한국에서 먹는것 보다 맛있다고 야단이다
점심후 따뜻한 햇살에 일광욕을 하며 포토스토리를 정리하는 달콤한 휴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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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으면 포토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기억을 오래하지 못함도 있겠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이 지나면 과거형이 되기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진이 순간을 정지시키는 작업이듯이 포토스토리 또한 그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 : 40
Doban을 출발한다
따뜻한 날씨....수제비 한그릇을 비우니 나른함과 무기력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가이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출발하자고 한다.

여전히 토하지 않을뿐 속은 메스껍다
아침에 Sinuwa 로지에 렌즈2개와 밧데리 충전기를 맏겨두고 왔지만,
한나절이 지나고 나니....무게에 적응해서 일까?
아님...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소증세가 와서 일까?
어쩐지 물리적인 배낭무게는 어제보다 3kg 나 가벼워졌는데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점심후 나른함과 보통 고소증세가 시작된다는 고도 2,700m 지점을 통과하니,
내가 길을 걷고 있는것인지, 길이 나를 인도 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그냥....길이 있어 걷고 있을뿐~~!

육체적인 고통으로 부터 맞서 싸우다 보면 점점 고통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통이란 것은 블랙홀과 같은 것이어서 빠져 나올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게 빠져들어간다
그냥 고통속에 몸을 맏기고 나니.... 
그 고통으로 부터 정신적 육체적인 편안함을 얻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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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지근거리던 머리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며, 속도 메스꺼럽기는 마찬가지...
이제 가슴마저 조금씩 답답함을 느끼니....
이것이 고산지방에서 나타나는 고산증세 이구나 싶다

나의 걸음은 마치 정글속 "나무늘보"와 같다
히말라야에 가면 무조건 천천히 땀이 나지 않도록 걸어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들었지만,
막상 와서 걸어보니 빨리 걸을 수도 없다


14 : 40
느릿 느릿 하산시 하루를 숙박할  Himalaya로지(2,900m)에 도착하였다
증세는 심하지 않지만, 이미 고소증세를 느끼고 있기에 물도 마시고 콜라 한캔을 마셨다
마시던 콜라캔을 보니....
이곳까지 올라온다고 얼마나 포터들의 짐에 쓸렸던지 캔의 페인터가 다 벗겨져 있다.
콜라를 갖다준 죄없는 바우만 또 잔소리를 듣는다.
"니...이 콜라 나 먹으라고 갖다줬나?"
암튼, 나의 이런 투정에도 웃음으로 넘기는 바우에게 이글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출발전 뜨거운 물을 수통에 채우니 50루피를 달라고 한다.
조금은 야박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고산지방에서는
모든게 돈으로 환산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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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malaya로지

 

 

 



다시 출발이다
휴식시간 내내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것을 봐서인지
가이드 "밍맛 셀파"가 힘들면 자기가 배낭을 메어주겠다고 한다.
천천히 두어시간이면 오늘의 목적지인  Deurali(3,230m)까지 갈수 있다기에 견딜 만큼 견디어 보고 정 힘들면 그때 메어주라고 했다

이제부터 걷는게 아니라 슬로비디오를  보는듯한 걸음 걸이로 걷는다
길은 완만한 경사길로 가까이 Modhi Khola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간혹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는것도 이길의 매력이지 싶다

전망좋은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저만치 오늘의 숙박지인 Deurali 로지가 보인다.
나의 걸음으로는 1시간쯤 더 걸릴듯 하다.
지난해 EBC(에베리스트 베이스 캠프) 경험이 있는 동행자가 고소는 한번 오면 더이상 방법이 없으니
정 힘들면 고소가 오기전에 예방을 해야 하며 배낭을 맏기고
몸에 땀이 나지 않게 천천히 걸어라고 한다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고소증세가 심해지면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를 생각하니 어쩔수 없이 가이드 "밍맛셀파"에게 배낭을 맏겼다
산을 다니는 사람이 남에게 배낭을 맏기는것에 대하여 자존심이 구겨져 있는데,
같이한 트래커중 한사람은 "산에서 어찌 남에게 배낭을 맏기냐" 면서 면박을 준다.
사실, 가이드가 빈배낭으로 산을 가는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며,
어쩌면 나같은 사람을 위한 가이드의 본분이라고 굳이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닌듯 하다
뒤의 이야기지만,
그 사람은 다음날 고소증세로 거의 탈진되어 토하고 자신도 배낭을 맏기고....뭐....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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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 : 30
암튼,
능선길을 따라 Himalaya로지 에서 Deurali(3,230m)로지 까지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나는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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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전 낮에 포터들 사진을 인화하여 주니 무척들 즐거워 한다
포터들이 저녁을 달밧(네팔 전통 카레 같은 음식)으로 먹고 있길래 얼른 사진 몇컷을 촬영하고 낮에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던 "립젠드라" 옆에서 손으로 달밧을 집어 먹으니 포터와 롯지 주인 아주머니는 신기해 한다.

우리들의 저녁식사로 된장찌게가 나왔지만 나는 달밧을 시켜 손으로 먹으니 일행들은 아무도 거들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 손으로 먹는걸 보았을때 역겨웠는데......생각해 보니 모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달밧값을 계산할려니 주인아주머니는 돈을 받지 않는다
넉살좋게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그들과 같이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이 좋아보였나 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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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후,
비아그라와 다이아목스를 먹고 내일은 고소를 느끼지 않고 무사히 MBC, ABC를 올라갈수 있도록 기도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편은 꿈에 그리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가는길 입니다>

 

 

 

Posted by 반야/임대영
히말라야2014. 1. 11. 22:22

 

<트래킹 둘째날>

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날씨 맑음

트래킹 코스 : Landruk(1,565m) ~ New Bridge(1,340m) ~ Jhinu danda(1,780m) ~ Chomrong(2,170m) ~ Sinuwa(2,340m)


 

 

04 : 30
기상이다
몇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고,
비록 날날이 산행이긴 하였지만 7시간의 산행으로 쉽게 10시쯤 잠이 들었지만 첫번째 잠이 깬 것은 12시쯤
두번째 깬 것은 02시쯤,
세번째 깬 것은 04시쯤
뒤척이다 옆방의 인기척으로 04시 30분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들 일어나면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듯 하여 달려가니 아직 장운동의 부족으로 실패.....10분쯤 후에 또 다시 달려가 성공의 기쁨을 맛본다.
이곳 화장실은 좌변식으로 먼저 볼 일을 보고 옆에 있는 깡통에 물을 담아 부어 솔로 씻어내려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어제저녁 찬물로 세수를 하였기에 아침은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일정을 정리한다



05 : 30
가이드들이 각 방을 돌며 모닝콜 대신 차한잔을 건네며 "굿모닝" 하며 인사를 전한다
차맛은 꼭 우리네 생강차 맛이다
따뜻한 차한잔이 온몸을  타고 흐르니 온몸의 장기가 제대로 돌아가는듯 하다


06 : 10
먼저 떠나는 포터들을 위하여 카고빽을 복도에 내어놓고
어제 봐둔 2층 옥상에서 안나푸르나의 고봉에 아침 노을이 물들기를 기다리지만
히말리야 높은 고봉으로 인하여 아침은 더디게 온다

 

 

 

06 : 30
평소 나의 아침 식사보다 더 훌륭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댓빵 가이드와 동격으로 급료를 받는 메인 주방장의 한식 솜씨는 참으로 훌륭하여 저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지....하는 착각마져 든다

"산에서는 먹는것 만큼 간다"
미역국에 말아서 두그릇을 뚝딱하고 나니 어느새 창문 밖으로 안나푸르나 남봉이 붉게 물들어 있다
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런....된장~~!
아쉽지만 몇컷 촬영해 볼려니 삼각대가 아쉽다
바우에게 삼각대를 빨리 가져오라고 짜증섞인 소리를 한다
나같은 신경질적인 사람을 사부로 두었으니 그것도 바우의 업보인듯 한다

 

 

 

07 : 40
Landruk을 출발하여 둘째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1,565m Landruk에서 1,340m New Bridge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은 오르막 못지 않게 힘이든다
도대체 몇개의 계단일까?
어제 올렸던 고도를 끝없이 내리는 아쉬움보다 앞으로 올라가야할 하늘끝까지 이어진듯한 오르막을 보니 오늘 갈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50분만에 계곡끝까지 내려오니 눈앞에 펼쳐진 안나푸르나 남봉의 위용 앞에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08 : 40
New Bridge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휴식중인 할머니와 꼬마의 사진을 촬영하고 돈과 초크렛을 달라는 아이에게 볼펜을 하나 건네니 좋아한다

 

 

구호활동중에 체험한 일이지만,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줄수는 있지만 돈을 주다보면 자생력을 잃어 노동의 신성함을 잃게 될것이다
코찔찌리들에게 1달러라도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줄수가 없다

 

 

 

 

New Bridge 게스트 하우스 옆에는 수백마리의 양때를 몰고 다니는 목동 가족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을 허락 받은후 이국적인 양떼와 설산을 배경으로 기분좋은 촬영과 이들 목동들의 해맑은 미소가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

 

 

 

 

새로 건설된 New Bridge를 건너서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가면 하산로로 예정된 나야풀 가는 갈림길과 만나고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다 마을을 지나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섰다  다시 Jhinu danda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기서 부터 마의 오르막 Jhinu danda와 Chomrong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은 나의 육신을 지치게 한다
늦여름 같은 뜨거움속에 빨라지는 나의 숨소리는 자꾸만 거칠어지고,
40kg 가까운 짐을 지고 올라오는 포터들을 바라보며 힘을 내며 카메라 셔터를 힘차게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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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너 "너루"
 

 

 

포터 경력 2년의 "너루"는 20살이다
이 일이 너무 힘들어 하고 싶지 않지만 마땅히 일거리가 없어서 계속한다
매주 1싸이클로 돌아가는 "너루"를 바라보며 이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나간다는게 얼마나 힘이들까하는 안타가움에 한숨이 나온다
이 가냘픈 너루의 죄라면 이땅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데.....

포터란 직업이 이곳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억지로 택하는 직업이지만 여행사에서 1인당 카고빽 하나로 줄여서 무게의 부담도 줄이고 고용창출도 이루어져야 할 듯하다
물론 트래커들의 부담은 늘어나겠지마.....

 

 

 

Jhinu danda


10 :30
포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속에 Jhinu danda에 10시 30분에 도착하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콜라 한캔을 하고 여기서 사는 아이에게 볼펜 한자루를 건네니 이쁜 미소로 답을 한다

Jhinu danda에서 점심식사를 하게될 Chomrong(2,170m)을 바라보니 마치 직벽과 같은 경사에 까마득한 높이, 농담삼아 이곳에서 그냥 쉴테니 올라갔다 오라는 말이 절로나온다.
25년전 지리산 코재를 오르면서 많이도 힘들었는데....코재의 경사는 경사도 아니다
그래도 올라가야지.......

게스트 하우스 바로위 민가에 노파가 옥수수를 다듬고 있어 허락을 받고 한장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지난시절 우리네 고향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듯여....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파는 올해 70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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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 이란 단어가 꼭 들어맞는것 같다
"삼보 일배"
3개의 계단을 오르고 허덕거리고....또 다시 오르고.....정말 마의 계단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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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밍맛셀파"

 

 




13 :10
기다시피하여 오른 Chomrong(2,170m)의 Kalpan Guest House에서 바라보는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의 장엄함은 오르막길의 힘든것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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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로 나온 비빕밥은 한국에서 밥장사를 하여도 잘될만큼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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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15
다시 Tolka를 향하여 올라온 만큼 끝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Chomrong은 전망도 좋고 비교적 큰마을이다 학교도 있고 슈퍼마켓에 게스트 하우스등도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비교적 복을 받은것 같다
건너편 마을의 아이들은 매일 이 고개길을 오르내리며 학교를 다녀야 할테니.....
길은 온통 소똥으로 발아래를 처다보고 50분정도 내려가니 계곡에 도달한다
서양커플 트래커가 필터가 달린 펌퍼로 계곡물을 식수로 정화시키고 있다
더운날씨에 계곡물에 얼굴이라도 씻고 갈려다
저 양키들이 나보고 무식한넘이라고 욕할것 같기도 하고 이 청정지역이 계곡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식구다 싶어 나의 욕구를 접는다

다시 오르막.....
소풀먹이러 나온 이쁜 소녀의 사진을 촬영하고 볼펜하나를 건네니 수줍어 한다
"공부 열심히 하여라....공부하는 길만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이 생각 또한 나의 욕심이지 싶어 눈인사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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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금 올라가니 형제인듯한 아이들이 담벼락위에 앉아 놀고 있어 촬영을 하고 즉석에서 인화해 주니 모두들 즐거워 한다
3명의 아이들에게 형제가 몇인지 물어보니 8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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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길....
동네한가운데를 통과하여 가다 공터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청년들중 낮익은 얼굴들이 있다
키친보이들이다
30kg이 넘는 짐을 지고 올라가다가 힘이 남았는지 배구를 하고 있다
자식들!

2340m의 Sinuwa 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이지만 오전에 Chomrong 오르막 내리막에서 너무 많은 힘을 빼서인지 인내심 싸움인듯 하다
시간도 넉넉하여 중간 중간에 경관 좋은 곳에서 사진도 촬영하고 포터들과 이야기도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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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외딴집을 지나는데 소년이 "나마스테" 하고 인사를 건넨다
아이의 사진과 어머니와 동생, 가족사진을 촬영하여 즉석에서 인화를 해주니 가족 모두가 즐거워 한다
이들의 미소속에 사진을 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니...참 행복한 날인듯 하다

 

 

아스바둘르

 

 


14살의 "아스바둘르"는 1시간 30분 거리의 Chomrong의 유치원에 다닌다
만 4세부터 다니는 유치원에 14살의 아스바둘르가 다닌다는게 빨리 이해가 안되지만 이 험한길을 1시간 30분가량 걸어 다닐려면 4살짜리가 어떻게 다니겠는가?
결국 9~10살쯤 되어야 걸어서 다닌수 있는가 보다
"공부 열심히 하여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볼펜한자루를 건네니.....
아이는 "수버딘(좋은 하루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17 :30
능선길을 이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트래킹의 이틀째 종착지인 고도 2340m의 Sinuwa에 도착하였다 

 

 

 

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