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첫째날>
2008년 12월 16일 날씨 맑음
트래킹 코스 : Pokhara ~ Khare(트래킹 시작점) ~ Dhampus(1,650m) ~ Pothana(1,500m,중식) ~ Bhichok Deurali(2,149m) ~ Tolka(1,700m) ~ Landruk(1,565m, 1박)
안나푸르나 남봉
한참을 자고나서 잠이깬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기고 있다
오래만에 같이한 룸파트너 바우는 그동안 내공이 일취월장하여 코고는 소리가 거의 탱크지나가는 것 같다
다시 잠이 깬 시간은 새벽 2시,
결국 귀마개를 꺼내서 귀를 막고나니 견딜만하다
그리고 또다시 깬 시간이 새벽 4시
이렇게 잠이 자주깨는 이유는 뭘까?
25년간 꿈꾸던 설산을 눈앞에 두어서 일까......
난방이 되지 않은 호텔방.....
일교차로 도저히 추워서 잠을 잘 수 가 없다(저녁에 더워서 빨가벗고 잤음)
결국 우모복을 꺼내입었으나 어실 어실 미열에 몸살기운이 있다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몸을 덥히고 본격적인 설산으로의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몸상태가 걱정이다
몸살기운....
고질적인 나의 허리
이 모든것이 나의 첫 설산으로 향하는 시험이겠지만.....
05 : 00
이제 더이상 잠이 오지 않을것 같다
밤새 탱크를 몰고다니던 바우도 일어나 차한잔으로 하루를 준비한다
06 : 00
이제 몇일동안 씻지 못할것이니 샤워하고 산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지리산을 향하던 나의 렌즈가 히말라야 설산에서 얼마나 부자연 스러울까?
그 부자연 스러움 속에 나의 삶과 산을 향하는 철학을 심어 보고자 한다
좋은 사진은 사진가의 카메라 워크나 타고난 감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진가가 가진 철학속에서 역작이 탄생하는 법이다
깨어나는 히말라야 산군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랜드 호텔 정원에서
08 : 00
일찌감치 호텔식으로 아침을 먹고 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안개너머로 가끔씩 얼굴을 내미는 설산을 바라본다
도무지 셔터찬스를 잡을수가 없어 포기하고 그랜드 호텔을 출발한다
호텔 앞마당에서
08 : 10
포카라 시내에서 환전을 한다
은행은 아니며....그냥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미화 20불을 환전한다
이 돈은 트래킹 도중 음료수나 로지 뜨거운물 샤워값....카메라 밧데리 충전값으로 쓰일 것이다
1달러에 74.31루피이다
포카라에서 카레로 이동중 차안에서 촬영
09 : 30
차는 쉼없이 구불 구불한 길을 달린다
차창넘어로 보이는 설산의 모습에 모두가 탄성을 지르는 동안 당초 계획했던 트래킹 시작점인 Phedi를 지나 Khare에 도착한다
첫날 일정을 쉽게하기 위해 Phedi에서 출발하지 않고 Khare에서 시작한 것은 가이드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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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온 버스와 카고빽 그리고 포터들
여기서 포터와 쿡, 키친보이등 짐배정을 한다
등산화 끈을 매는등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짐을 챙기는 여자들이 있다
설마...저 작은 체구의 여자들이 20키로그램 정도 되는 카고빽을 두개씩이나 지고 갈려고....
포터의 아내로 길 떠나는 남편들의 짐꾸리는걸 도와 주겠지....
그런데....놀랍게도 이 여자들이 30키로그램이 넘는 짐을 머리에 지고 일어난다
그래....서양인들이 포터들에게 짐을 맏기는게 비인간적이라고들 비난하지만,
이들에게 이 일마져 없어면 어떻게 생계를 이어나갈지....
포터를 이들의 직업으로 이해하자.....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처음부터 오르막이지만,
쉬엄 쉬엄.....완전히 날날이 산행이다
지속적인 오르막을 한 30분쯤 오르고 나니 Phedi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고도 1,650의 Dhampus이다
여기서 부터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남봉의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야말로 장관이다
마차푸차레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새로운 로지를 짓고 있는 인부들
내 어떤 인연으로 이 곳에 왔는지....잠시 명상에 잠겨 보기도 한다
Khare 고개마루를 넘어서니 마차푸차레의 풍경에 넑을 잃고 걷다가 Gurans&Devkota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음에 꼭 하루밤을 묵어가고 싶은 유혹을 할 만큼 전망이 좋은 곳이다
가이드에게 포카라에서 자지 말고 여기서 자고 아침을 보고 트래킹을 시작하면 좋을것 같다는 조언을 할 만큼 난 이곳이 맘에 든다
인심좋게 생긴 주인장 영감님과 손자들 사진을 촬영하여 즉석에서 사진을 인화하여 주니 무척 기쁘한다.
사진 한장 인화하는데 우리돈 500원 정도하며, 인화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낮선 곳에서 이방인인 사진가가 줄수 있는 선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
따스한 햇살아래 재봉털 바느질을 하는 아낙
힘차게 짐을 지고 고개마루를 올라오는 여자포터....25살 처녀이다
카레에 사는 19살 처녀포터
12 : 00
능선길을 조금더 가서 전망좋은 Pothana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요리사와 키친보이들이 바쁘게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전 산행중에 촬영된 포터들 사진을 몇장 인화하여 주니 모두들 신기해 한다
이 또한 사진가가 이들에게 나눌수 있는 정성일 것이다
이들이 기쁘하니...내가슴 또한 따뜻해지고 준것 보다 휠씬더 많이 되돌아 온다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추리
1,500고지의 전망좋고 따뜻한 햇살아래서 키친보이들이 차려주는 점심은 참으로 묘한맛이 있다
언제 우리가 산에서 이렇게 호사를 했단말인가?
Annapurna간다고 밥사주고 용돈까지 준 분들이
이렇게 호사스럽게 날나리 산행을 하고 있는걸 알면 돈 돌려 달라고 하겠지!
(이 날라리 산행이란 말은 다음날 부터 뼈져리게 후회 하게 된다)
한국말을 조금 하는 보조 가이드 "버그드"에게
우리가 지금 하는 산행이 날나리 산행이라고 하니 알아 듣지 못한다
한참을 설명하다 포기하고 바디랭귀지를 하니 순진한 청년이 알아들었는지 미소만 짓는다
버그드(21살)
가이드 경력 2년, 4형제 중 장남으로 현재 카트만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다.
고향은 마칼루 근처 시골이며 방학때 아르바이트 가이드로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
장래 선생님이 되어 동생들과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을 가진 순박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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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뭐던"
Bhichok Deurali(2,149m)
13 : 10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출발한다
본격적으로 안나푸르나 남봉을 바라보며 2,149미터 까지 높였던 고도를 1,700까지 낮추니 Tolka이다
여기서 부터 산구석까지 이곳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계단식 논이 펼쳐진다
사진가의 눈에는 그저 멋있지만...이곳 민초들은 이 척박한 땅에서 얼마나 땀을 흘렸을까....
잠시 우리네 어린시절 산을 개간하여 고구마를 심던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Tolka 마을 중간에 한여인이 모금함을 놓고 후원을 해달란다
처음에는 구걸을 하는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다 그래도 NGO활동가를 꿈꾸고 있는데.....
옆에 적혀있는 문구가 궁금해 자세히 보니 마을 자가 발전시설 기금마련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영어를 모르는 아낙과 가이드를 통하여 몇가지 질문후 작은 돈이지만 후원을 하였다
"목표액 60,000루피"
저렇게 후원금을 모금하여 언제 이 마을을 환하게 비출수 있는 전기 시설이 들어 올수 있을지?
"너마스테(내안의 신이 당신의 신께 안부를 전합니다)"
신들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본다
Landruk 마을 아이들
Landruk 마을에 외국 NGO 단체가 지어준 학교
16 : 00
계단식 논 사이로 펼쳐진 능선길을 걷다보니 Randruk 마을로 접어든다
앞으로 한시간쯤 더가면 오늘의 종착지인 Randruk(1,565m)의 로지이다
이곳 현지 가이드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학교 교육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멀어서 인지 학교는 오전 10시에 등교를 하여 오후 4시에 하교를 한단다
급식 이야기를 하니 이 친구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재차 자세히 물어보니 이곳 아이들은 오전 9시쯤 아침을 먹고 등교하여
점심은 먹지 않고 오후 4시쯤 하교를 하여 가족들이 모이면 일찍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결국 잘먹어야 하루두끼......
영양실조는 피할수 없는 일인듯 하다
트래킹이 끝나고 카트만두에서 NGO 관계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가이드가 말한것보다 이곳 학생들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것 같다
사실인즉,
이곳 사람들은 하루에 두끼를 먹으며,
아침은 보통 10시쯤 먹는다고 한다
학교 등교시간이 10시인데.....뒤에 이어지겠지만 학교를 10시까지 가는 공립학교는 많지 않다
그중 상당수는 짜이(밀크티)로 대신 한단다
결국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단다
아침도 굶은 아이들이 점심을 먹지 못하고 저녁까지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트래커들이 던져주는 달콤한 초크렛을 구걸할수 밖에 없다
학교교육 실태는 다음편에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Landruk마을에 외국 NGO 단체가 지어준 학교가 눈길을 끈다
이런 학교가 여기저기 있는것은 이곳을 지나가는 외국의 트래커들이 후원하여 지어지고 있으나,
실은 학교 운영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2년내에 마을 창고로 쓰이고 있단다
여기에는 이나라가 가진 많은 문제점 들이 있어 여기에서는 그냥 넘어간다
여기서 부터는 아이들이 트래커들만 보면 돈을 달라고 한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멋지게 폼잡아주고 돈달라고 하고,
심지어 순진한 미소로 들꽃을 선물하며 돈달라고도 한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다가와 배낭의 자크를 열기까지 한다
늘어나는 트래커들에게 구걸하는게 이 척박한 땅의 배고픈 아이들에게는
구걸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것이다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지울수 없다
우리에게 얼마되지 않은 돈,
먹다 남아 버리기까지 하는 초크렛....
우리네 어린시절 미군들이 던져주던 초크렛
미군짬밥에서 나온 꿀꿀이죽....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여 머리가 복잡해진다
암튼,
아이들에게 돈을 주기 시작하면 이들은 자생력을 어렸을때 부터 잃게 될것이고,
배고픈 아이에게 초크렛을 주면 우선은 배고픔을 면하겠지만
칫솔질을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의 치아 손상이라는 더 심각한 2차적 문제가 발생 될것이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이 안나푸르나 트래킹 구간중 이곳이 제일 심하다고 한다
17 : 00
오늘의 숙박지인 Randruk 로지에 도착하였다
요리사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고소병이 올수 있으니 그렇게 술먹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문화체험을 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한 뚱바(100루피)를 시켜서 먹어보니
어린시절 밀주를 담그로 남은 술찌끼미 맛과 비슷하다
조를 발효시켜 빨대가 달린 컵에 담아 나오는데 뜨거운물을 부어 3번쯤 재탕을 해먹어도 맛이 비슷하다
뚱바
저녁만찬과 함께 우리나라 소주와 비슷하다는 럭시를 시켜먹어보니
럭시는 소주보다 순한 빼갈 같은 맛이 난다
저녁을 먹고 낮에 촬영해둔 여자 포터들의 사진을 인화하여 주니 좋아들 한다
결혼했냐?
몇살이냐?
등등 이야기를 주고 닫으며 포터들이 먹고 있던 수수깡을 얻어 먹으며 어린시절을 회상해보기도 한다
저녁 8시쯤 마을 주민들이 이 마을을 찾은 사람들을 위하여 노래와 춤 공연을 한단다.
사실 공연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들의 일상을 보는듯 하다
공연의 목적은 후원금 이었지만 이러한 돈으로 마을길도 고치고 하는가 싶어
약간의 후원금을 기쁜 마음으로 내었다
"로지"
우리네 산장과는 다르고 그렇다고 여관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나무로 칸막이로한 작은 방에 눅눅한 침대가 놓여 있다
희미한 전등불 아래지만....
물티슈로 세수와 발을 딱고 하루일정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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