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둘째날>
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날씨 맑음
트래킹 코스 : Landruk(1,565m) ~ New Bridge(1,340m) ~ Jhinu danda(1,780m) ~ Chomrong(2,170m) ~ Sinuwa(2,340m)
04 : 30
기상이다
몇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고,
비록 날날이 산행이긴 하였지만 7시간의 산행으로 쉽게 10시쯤 잠이 들었지만 첫번째 잠이 깬 것은 12시쯤
두번째 깬 것은 02시쯤,
세번째 깬 것은 04시쯤
뒤척이다 옆방의 인기척으로 04시 30분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들 일어나면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듯 하여 달려가니 아직 장운동의 부족으로 실패.....10분쯤 후에 또 다시 달려가 성공의 기쁨을 맛본다.
이곳 화장실은 좌변식으로 먼저 볼 일을 보고 옆에 있는 깡통에 물을 담아 부어 솔로 씻어내려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어제저녁 찬물로 세수를 하였기에 아침은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일정을 정리한다
05 : 30
가이드들이 각 방을 돌며 모닝콜 대신 차한잔을 건네며 "굿모닝" 하며 인사를 전한다
차맛은 꼭 우리네 생강차 맛이다
따뜻한 차한잔이 온몸을 타고 흐르니 온몸의 장기가 제대로 돌아가는듯 하다
06 : 10
먼저 떠나는 포터들을 위하여 카고빽을 복도에 내어놓고
어제 봐둔 2층 옥상에서 안나푸르나의 고봉에 아침 노을이 물들기를 기다리지만
히말리야 높은 고봉으로 인하여 아침은 더디게 온다
06 : 30
평소 나의 아침 식사보다 더 훌륭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댓빵 가이드와 동격으로 급료를 받는 메인 주방장의 한식 솜씨는 참으로 훌륭하여 저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지....하는 착각마져 든다
"산에서는 먹는것 만큼 간다"
미역국에 말아서 두그릇을 뚝딱하고 나니 어느새 창문 밖으로 안나푸르나 남봉이 붉게 물들어 있다
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런....된장~~!
아쉽지만 몇컷 촬영해 볼려니 삼각대가 아쉽다
바우에게 삼각대를 빨리 가져오라고 짜증섞인 소리를 한다
나같은 신경질적인 사람을 사부로 두었으니 그것도 바우의 업보인듯 한다
07 : 40
Landruk을 출발하여 둘째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1,565m Landruk에서 1,340m New Bridge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은 오르막 못지 않게 힘이든다
도대체 몇개의 계단일까?
어제 올렸던 고도를 끝없이 내리는 아쉬움보다 앞으로 올라가야할 하늘끝까지 이어진듯한 오르막을 보니 오늘 갈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50분만에 계곡끝까지 내려오니 눈앞에 펼쳐진 안나푸르나 남봉의 위용 앞에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08 : 40
New Bridge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휴식중인 할머니와 꼬마의 사진을 촬영하고 돈과 초크렛을 달라는 아이에게 볼펜을 하나 건네니 좋아한다
구호활동중에 체험한 일이지만,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줄수는 있지만 돈을 주다보면 자생력을 잃어 노동의 신성함을 잃게 될것이다
코찔찌리들에게 1달러라도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줄수가 없다
New Bridge 게스트 하우스 옆에는 수백마리의 양때를 몰고 다니는 목동 가족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을 허락 받은후 이국적인 양떼와 설산을 배경으로 기분좋은 촬영과 이들 목동들의 해맑은 미소가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
새로 건설된 New Bridge를 건너서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가면 하산로로 예정된 나야풀 가는 갈림길과 만나고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다 마을을 지나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섰다 다시 Jhinu danda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기서 부터 마의 오르막 Jhinu danda와 Chomrong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은 나의 육신을 지치게 한다
늦여름 같은 뜨거움속에 빨라지는 나의 숨소리는 자꾸만 거칠어지고,
40kg 가까운 짐을 지고 올라오는 포터들을 바라보며 힘을 내며 카메라 셔터를 힘차게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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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너 "너루"
포터 경력 2년의 "너루"는 20살이다
이 일이 너무 힘들어 하고 싶지 않지만 마땅히 일거리가 없어서 계속한다
매주 1싸이클로 돌아가는 "너루"를 바라보며 이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나간다는게 얼마나 힘이들까하는 안타가움에 한숨이 나온다
이 가냘픈 너루의 죄라면 이땅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데.....
포터란 직업이 이곳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억지로 택하는 직업이지만 여행사에서 1인당 카고빽 하나로 줄여서 무게의 부담도 줄이고 고용창출도 이루어져야 할 듯하다
물론 트래커들의 부담은 늘어나겠지마.....
Jhinu danda
10 :30
포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속에 Jhinu danda에 10시 30분에 도착하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콜라 한캔을 하고 여기서 사는 아이에게 볼펜 한자루를 건네니 이쁜 미소로 답을 한다
Jhinu danda에서 점심식사를 하게될 Chomrong(2,170m)을 바라보니 마치 직벽과 같은 경사에 까마득한 높이, 농담삼아 이곳에서 그냥 쉴테니 올라갔다 오라는 말이 절로나온다.
25년전 지리산 코재를 오르면서 많이도 힘들었는데....코재의 경사는 경사도 아니다
그래도 올라가야지.......
게스트 하우스 바로위 민가에 노파가 옥수수를 다듬고 있어 허락을 받고 한장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지난시절 우리네 고향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듯여....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파는 올해 70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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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 이란 단어가 꼭 들어맞는것 같다
"삼보 일배"
3개의 계단을 오르고 허덕거리고....또 다시 오르고.....정말 마의 계단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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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밍맛셀파"
13 :10
기다시피하여 오른 Chomrong(2,170m)의 Kalpan Guest House에서 바라보는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의 장엄함은 오르막길의 힘든것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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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로 나온 비빕밥은 한국에서 밥장사를 하여도 잘될만큼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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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15
다시 Tolka를 향하여 올라온 만큼 끝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Chomrong은 전망도 좋고 비교적 큰마을이다 학교도 있고 슈퍼마켓에 게스트 하우스등도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비교적 복을 받은것 같다
건너편 마을의 아이들은 매일 이 고개길을 오르내리며 학교를 다녀야 할테니.....
길은 온통 소똥으로 발아래를 처다보고 50분정도 내려가니 계곡에 도달한다
서양커플 트래커가 필터가 달린 펌퍼로 계곡물을 식수로 정화시키고 있다
더운날씨에 계곡물에 얼굴이라도 씻고 갈려다
저 양키들이 나보고 무식한넘이라고 욕할것 같기도 하고 이 청정지역이 계곡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식구다 싶어 나의 욕구를 접는다
다시 오르막.....
소풀먹이러 나온 이쁜 소녀의 사진을 촬영하고 볼펜하나를 건네니 수줍어 한다
"공부 열심히 하여라....공부하는 길만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이 생각 또한 나의 욕심이지 싶어 눈인사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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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금 올라가니 형제인듯한 아이들이 담벼락위에 앉아 놀고 있어 촬영을 하고 즉석에서 인화해 주니 모두들 즐거워 한다
3명의 아이들에게 형제가 몇인지 물어보니 8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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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길....
동네한가운데를 통과하여 가다 공터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청년들중 낮익은 얼굴들이 있다
키친보이들이다
30kg이 넘는 짐을 지고 올라가다가 힘이 남았는지 배구를 하고 있다
자식들!
2340m의 Sinuwa 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이지만 오전에 Chomrong 오르막 내리막에서 너무 많은 힘을 빼서인지 인내심 싸움인듯 하다
시간도 넉넉하여 중간 중간에 경관 좋은 곳에서 사진도 촬영하고 포터들과 이야기도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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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외딴집을 지나는데 소년이 "나마스테" 하고 인사를 건넨다
아이의 사진과 어머니와 동생, 가족사진을 촬영하여 즉석에서 인화를 해주니 가족 모두가 즐거워 한다
이들의 미소속에 사진을 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니...참 행복한 날인듯 하다
아스바둘르
14살의 "아스바둘르"는 1시간 30분 거리의 Chomrong의 유치원에 다닌다
만 4세부터 다니는 유치원에 14살의 아스바둘르가 다닌다는게 빨리 이해가 안되지만 이 험한길을 1시간 30분가량 걸어 다닐려면 4살짜리가 어떻게 다니겠는가?
결국 9~10살쯤 되어야 걸어서 다닌수 있는가 보다
"공부 열심히 하여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볼펜한자루를 건네니.....
아이는 "수버딘(좋은 하루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17 :30
능선길을 이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트래킹의 이틀째 종착지인 고도 2340m의 Sinuwa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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