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셋째날>
2008년 12월 18일 목요일 날씨 맑음
트래킹 코스 : Sinuwa(2,340m) ~ Bamboo(2,335m) ~ Doban(2,505m, 중식) ~ Himalaya Loge ~ Deurali(3,230m, 숙박)
04 : 30
고도 2,340m의 Sinuwa의 아침은 키친보이들의 분주함으로 시작되었다
트래커 들에게 줄 차를 끓이는 사람,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전날 Chomrong 고개를 넘어면서 무거운 카메라 장비로 인하여 무척이나 힘이 들었지만 4시 30분에 일어난 것은 히말라야의 설산을 배경으로 별 괘적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밖을 나가보니 자연적인 조건은 너무나 좋으나 로지의 밝은 불빛과 주방에서의 불빛으로 촬영이 불가능 할 듯하다
아쉽지만 마움속에 있는 사진을 다 촬영 할 수 없는법....
욕심 하나를 살며시 내려놓으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 온다.
사람들은 내가 그냥 지나가면서 보이는대로 사진을 촬영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출발전 부터 나 나름대로 포토 시나리오를 몇번이나 작성하여 촬영하고 있고,
걸어가면서 그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며,
하루 일정이 끝나면 다시 반성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촬영 한다.
그렇기에 늘 맨 꼴지로 걸어갈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여러명의 트래커들과 같이 걸어간다는게 나에게는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조그만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몇일씩...몇시간씩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조그만 외부의 자극도 그 생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행여, 이번에 같이한 분들중 이글을 보시는 분이 계시면 오해 없었으시길 바라며,
같이한 트래커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것 또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생각 할 수 없는 나자신의 문제이니 이점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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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달리 사람들은 일찍 기상을 하여 화장실도 가고 세수도 하고 분주하다.
어제 저녁에 마신 소주 때문일까?
머리가 지근거리고 속이 메스껍다.....
혹시....고소증세가 아닐까?
설마 2,340m에서 올라고......
암튼, 움직임을 자제하고 책을 보며 오늘의 포토스토리를 머리속으로 더듬어 간다
Annapurna Treking 이라는게 여행사에서 9일짜리 상품이 나온것은
시간적으로 너무 짧다는 생각이지만,
여행사 입장에서는 무리가 가더라도 시간적으로 쫒기는 트래커들 때문에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암튼, 심한 오르내림
긴 산행시간, 하루에 고도 1,000씩 올려야 하는것....등
문제점은 많지만....나 역시 직장인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틀 동안 산행내내 꼴찌로 걸었지만 나 나름대로 여유를 가지고 히말라야 대자연이 주는 장엄함을 렌즈를 통하여 가슴에 담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이해 할려고 나의 모든 감각을 움직여 왔다
오늘부터 가야할 길에는 마을이 없다.
이곳 Sinuwa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순전히 히말라야의 대자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05 : 30
가이드의 "굿모닝" 소리와 함께 주는 생강차 한잔으로 몸을 덮히고 나니 지근거리던 머리와 속 울렁거림이 조금은 편해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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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 30
이제부터 망원렌즈도 필요 없고 밧데리 충전도 불가능 하기에 Sinuwa 로지에 렌즈두개와 충전기를 보관해 두고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숙취가 아니고 어제 배낭무게와 심한 오르내림길에서 지쳐서 생긴 고소인듯하여,
고소가 심해지면 약도 없다고 하기에 좀더 높은곳으로 올라가기 전에 배낭무게를 줄였다
이곳 Sinuwa에서 Bamboo까지 이어지는 길은 Modhi Khola(모디계곡)와 가깝게 길이 이어져 시원한 빙하녹아 내리는 물소리를 들어며 걸어간다....이 길은 히말라야가 아니고 꼭 열대우림을 연상하게 할 만큼 울창한 숲속길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마을이 없어 길가에 널부러져 있던 소똥도 없어 훨씬 쾌적하게 산행을 할수 있다.
오늘도 맨 꼴찌다....
가면 갈수록 고도는 높아지고 머리 지근거림과 속 울렁거림은 심해진다.
정말....고소증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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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젼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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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립젼드라(20살)은 경력2년 이며 대학에서 무역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며 방학을 이용하여 학비를 벌기위해 포터 일을 한다
학비는 월 700루피 이며, 도심에서 생활비가 1,500루피, 월 2,200루피가 필요 하단다.
포터 1인당 하루 일당이 500루피(먹고 자고나면 300루피를 가져간다)
달러로 환산하면 하루에 4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600정도 번다고 보면 될듯하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립젼드라는 4만원만 있으면 한달 먹고자고 학교를 다닐수 있다
부디 열심히 공부하여 오늘 흘리는 땀방울이 헛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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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마치 정글속을 걸어가는듯 하다
가끔 이렇게 달콤한 휴식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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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00
Bamboo(2,335m)의 로지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3일째 체력이 고갈되니 오히려 이 거대한 산과 하나됨을 느낀다
안나푸르나의 장대함속에 내몸을 완전히 맏기고 최대한 천천히 깊게 호흡하니,
이제 이 풍광도 낮설지 않다
마음이 편해지니 언제 왔는지 Bamboo를 지나 Doban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간다
11 : 20
Doban(2,505m)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모두들 한국에서 먹는것 보다 맛있다고 야단이다
점심후 따뜻한 햇살에 일광욕을 하며 포토스토리를 정리하는 달콤한 휴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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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으면 포토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기억을 오래하지 못함도 있겠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이 지나면 과거형이 되기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진이 순간을 정지시키는 작업이듯이 포토스토리 또한 그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 : 40
Doban을 출발한다
따뜻한 날씨....수제비 한그릇을 비우니 나른함과 무기력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가이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출발하자고 한다.
여전히 토하지 않을뿐 속은 메스껍다
아침에 Sinuwa 로지에 렌즈2개와 밧데리 충전기를 맏겨두고 왔지만,
한나절이 지나고 나니....무게에 적응해서 일까?
아님...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소증세가 와서 일까?
어쩐지 물리적인 배낭무게는 어제보다 3kg 나 가벼워졌는데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점심후 나른함과 보통 고소증세가 시작된다는 고도 2,700m 지점을 통과하니,
내가 길을 걷고 있는것인지, 길이 나를 인도 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그냥....길이 있어 걷고 있을뿐~~!
육체적인 고통으로 부터 맞서 싸우다 보면 점점 고통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통이란 것은 블랙홀과 같은 것이어서 빠져 나올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게 빠져들어간다
그냥 고통속에 몸을 맏기고 나니....
그 고통으로 부터 정신적 육체적인 편안함을 얻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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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지근거리던 머리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며, 속도 메스꺼럽기는 마찬가지...
이제 가슴마저 조금씩 답답함을 느끼니....
이것이 고산지방에서 나타나는 고산증세 이구나 싶다
나의 걸음은 마치 정글속 "나무늘보"와 같다
히말라야에 가면 무조건 천천히 땀이 나지 않도록 걸어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들었지만,
막상 와서 걸어보니 빨리 걸을 수도 없다
14 : 40
느릿 느릿 하산시 하루를 숙박할 Himalaya로지(2,900m)에 도착하였다
증세는 심하지 않지만, 이미 고소증세를 느끼고 있기에 물도 마시고 콜라 한캔을 마셨다
마시던 콜라캔을 보니....
이곳까지 올라온다고 얼마나 포터들의 짐에 쓸렸던지 캔의 페인터가 다 벗겨져 있다.
콜라를 갖다준 죄없는 바우만 또 잔소리를 듣는다.
"니...이 콜라 나 먹으라고 갖다줬나?"
암튼, 나의 이런 투정에도 웃음으로 넘기는 바우에게 이글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출발전 뜨거운 물을 수통에 채우니 50루피를 달라고 한다.
조금은 야박한 생각이 들지만 이런 고산지방에서는
모든게 돈으로 환산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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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alaya로지
다시 출발이다
휴식시간 내내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것을 봐서인지
가이드 "밍맛 셀파"가 힘들면 자기가 배낭을 메어주겠다고 한다.
천천히 두어시간이면 오늘의 목적지인 Deurali(3,230m)까지 갈수 있다기에 견딜 만큼 견디어 보고 정 힘들면 그때 메어주라고 했다
이제부터 걷는게 아니라 슬로비디오를 보는듯한 걸음 걸이로 걷는다
길은 완만한 경사길로 가까이 Modhi Khola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간혹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는것도 이길의 매력이지 싶다
전망좋은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저만치 오늘의 숙박지인 Deurali 로지가 보인다.
나의 걸음으로는 1시간쯤 더 걸릴듯 하다.
지난해 EBC(에베리스트 베이스 캠프) 경험이 있는 동행자가 고소는 한번 오면 더이상 방법이 없으니
정 힘들면 고소가 오기전에 예방을 해야 하며 배낭을 맏기고
몸에 땀이 나지 않게 천천히 걸어라고 한다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고소증세가 심해지면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를 생각하니 어쩔수 없이 가이드 "밍맛셀파"에게 배낭을 맏겼다
산을 다니는 사람이 남에게 배낭을 맏기는것에 대하여 자존심이 구겨져 있는데,
같이한 트래커중 한사람은 "산에서 어찌 남에게 배낭을 맏기냐" 면서 면박을 준다.
사실, 가이드가 빈배낭으로 산을 가는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며,
어쩌면 나같은 사람을 위한 가이드의 본분이라고 굳이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닌듯 하다
뒤의 이야기지만,
그 사람은 다음날 고소증세로 거의 탈진되어 토하고 자신도 배낭을 맏기고....뭐....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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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 : 30
암튼,
능선길을 따라 Himalaya로지 에서 Deurali(3,230m)로지 까지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나는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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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전 낮에 포터들 사진을 인화하여 주니 무척들 즐거워 한다
포터들이 저녁을 달밧(네팔 전통 카레 같은 음식)으로 먹고 있길래 얼른 사진 몇컷을 촬영하고 낮에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던 "립젠드라" 옆에서 손으로 달밧을 집어 먹으니 포터와 롯지 주인 아주머니는 신기해 한다.
우리들의 저녁식사로 된장찌게가 나왔지만 나는 달밧을 시켜 손으로 먹으니 일행들은 아무도 거들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 손으로 먹는걸 보았을때 역겨웠는데......생각해 보니 모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달밧값을 계산할려니 주인아주머니는 돈을 받지 않는다
넉살좋게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그들과 같이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이 좋아보였나 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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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후,
비아그라와 다이아목스를 먹고 내일은 고소를 느끼지 않고 무사히 MBC, ABC를 올라갈수 있도록 기도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편은 꿈에 그리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가는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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