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2014. 1. 14. 09:42

 

4일째(2010-3-16)

남체~강지마~푼키텐가(3,250)~탕보체(3,860)~디보체(3,771)

 

 


대한민국을 떠나온지 4일만에 이곳 시간으로 아침 6까지 잤습니다
이제 제 몸도 서서히 이곳 히말라야에 적응되나 봅니다
저의 최종 목적지는 8,848m의 에베레스트가 아닙니다
20대 산을 처음 접했을때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에베레스트지만 그 꿈을 포기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능력으로는 오를수 없는 곳이지만 그 곳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수 있는 곳이 칼라파트라 5,550m입니다
특수한 장비와 특별한 훈련없이도 갈수 있는 끝지점인 것이지요
고소로 고통스런 시간속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개발의 황망한 시대를 살아온 한국인의 관성과 습관은 도대체 빽스텝을 밟을수 없습니다
이곳을 내려가면 실패야라고 제 관성이 말합니다
실패하고 내려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만약 실패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거야라고 습관적으로 답합니다
개발의 숨가쁜 반인간적인 질주로 인한 독성을 빼버리고자 떠나온 길인데 저는 실패의 두려움으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여기 남체에서 이틀을 보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내려가면 실패입니까?
칼라파트라는 오랜시간 그냥 꿈꾸어온 산일뿐입니다
그것이 제 인생의 목표일수는 없습니다
고소증이 심하면 사망에 이를수도 있습니다
생명의 두려움을 걸고 고소의 고통을 견디며 그릇된 꿈을 견디었습니다
좀더 잘먹고 잘 살아 보자고 악을 쓰며 달려온 비인간적인 경쟁주의에 떠밀려 오래전 나의 옛꿈을 인식해야합니다

남체 롯지에서 고소와 이틀동안 싸운면서 지불한 돈은 2,515루피입니다
우리돈 4만원 정도입니다
우리 경제 규모로는 턱없이 적은 비용이지만 이곳 쿰부지역은 네팔의 다른곳에 비하면 많이 비싼편입니다
따또빠니(더운물) 한잔도 어김없이 계산을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나 좀비오, 야크로 밑에서 위로 짐을 져다 날라야 하기에 인건비가 위로갈수록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물가는 비싸집니다

6시 50분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습니다
어제밤과 아침은 한국에서 가져온 흑마늘과 이곳의 마늘스프를 먹었습니다
마늘이 고소에 효과가 있었는지 컨디션이 80%정도 올라왔습니다

(아이는 따뜻한 물병으로 언손을 녹이며 산을 넘습니다)

 

 


7시 40분
롯지를 출발하여 골목길을 걷자니 등교하는 아이둘이 있습니다
이곳 남체에도 공립학교가 있고 그 학교는 10시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8시도 되기전에 학교를 가는게 이상하여 아이에게 묻습니다.
왜 이리 일찍 학교에 가느냐고?
쿰중 힐러리학교에 가는 길이기에 지금 가야 한답니다
이곳 남체에서 쿰중까지는 제가 어제 올랐던 길로 시종 오르막으로 3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입니다
11살, 8살 형제의 여린 두다리로 좀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그곳까지 갑니다
이곳 네팔의 부잣집 자식들은 전부 사립학교에 다닙니다
지난 11월 NGO관계 일로 반디뿔 방문시 100여미터를 거리에 두고 기독교계 학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지만 공립학교는 정말 학교라고 할수도 없을 만큼 열악했습니다
이나라 명문학교중 하나인 힐러리학교에 보내려는 교육열은 한국이나 이곳이나 별반다르지 않습니다
두아이의 사진촬영을 하자니 형은 선뜻 응했지만 동생녀석은 손사레를 칩니다
두번째 사진 촬영 거부를 당한거지요
아이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지금 나에게 볼펜이 있는데 하나주고 싶은데 받겠니...하고 물으니 그건 받았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눈이내리고 추위에 떨면서 먼길을 걸어서 다니는 두아이가 사라지는 모습에 오래동안 눈길을 땔수가 없었습니다

 

남체를 지나면 깍아지른 절벽의 허리를 휘감아 돌며 길은 평탄합니다
에베레스트 초등 50주년기념 텐징노르가이 기념비에서 잠시 휴식중 한국사람들을 만납니다
전 저멀리서 봐도 한국 사람인줄 알아보았는데 그들은 전혀 제가 한국사람으로 보이지 않나 봅니다
고소로 아무리 고생하여도 그렇지....제가 많이 망가지긴 했나 봅니다
몇일 만에 속시원히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사람들을 만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이렇듯 사람의 습관은 무섭습니다
4일간 의사소통이 불편하였는데 이렇게 답답해 했으니....묵언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들과 헤어진후 10분만에 산사나이를 만납니다
지리산에서 만난 후배산꾼으로 항상 우직하고 누구와도 친화력을 발휘하는 좋은 친구입니다
요즘 사진과 오지 트래킹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기도 하구요
한국에서 1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데 머나먼 히말라야 4,000고원에서 만나다니 참으로 귀한 인연입니다
어찌나 고소에 시달렸던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 못알아 볼뻔했습니다
몇일후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

 

(아마다블람 6,814m)

 

 

 

(로체 8,516m, 로체샬)

 

 

(로체의 왼쪽 설연이 피어오르는 산이 에베레스트입니다)


설산에 둘러싸여 걷는 4,000m 고원길은 천상의 길입니다
이나라 꽃인 라일리구라스는 아직 피지 않았지만 옆으로 탐세르쿠를 끼고 앞으로 히말라야 최고의 미봉 아마다블람을 보며 멀리 로체. 로체샬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에베레스트를 보고 걷는 길이 어찌 천상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경사도 70~80도의 가파르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삼나무는 질서 정연하게 좋은 재목으로 자란 모습을 보며 우리네 삶이 부끄럽습니다
맹자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지요
그 교훈도 이곳 히말라야의 삼나무숲에서는 통하지 않나 봅니다
삼나무들을 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웁니다

 

 


에베레스크쪽과 고쿄쪽 계곡물이 만나 두드코시강으로 합류하는 푼키텡가(3,250m)입니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600m를 내려온것입니다
탱보체가 3,860m이니 다시 600m를 올라가야합니다

이곳 날씨도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은듯 오전에는 청명하고 오후에는 구름으로 가려 우박이나 눈이 옵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벌써 운무로 덮혀 설산을 볼수가 없습니다
사진가의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카메라로 촬영할수 없으면 가슴으로 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입맛만 다시는 점심을 먹고 고갯마루를 올라갑니다
3일째 거의 먹은게 없으니 오르막에 힘이 부칩니다
이럴때는 달팽이 기어가듯 천천히 걷기 밖에 할게 없습니다

 

 


인생살이 다 그렇듯 이곳 히말라야에서도 할것은 다하고 지나갑니다
고소증에 시달릴때 대개 치통, 두통, 구토, 헛배부름, 손발저림, 심장박동 빨라짐 그리고 설사입니다
앞의 모든것은 이미 남체에서 다 겪었기에 설사를 하지 않아 그나마 걷는데 덜불편하였는데 푼키텡가에서 피해가지 못합니다
식당에서 한번, 오르막에서 두번이나 불려가 이 신성한 땅에 실례를 하였습니다.
고소로 인한 필할수 없는 일이지만 영 찝찝합니다
암튼, 가뜩이나 고도 600을 올려야 하는 끝없는 오르막에 죽겠는데 설사로 인하여 다리까지 풀렸으니....
여기서도 인생살이와 같다는 느낌입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시간을 따지지 않고 불쑥 찾아온다는것을....
결국 정로환 4알로 멈추지 않아 로페린을 먹고 진정됩니다
가이드 뻐덤은 힘들어하는 저에게 배낭을 달라고 합니다
앞으로 갈길이 많습니다
정말 죽을것 같으면 모를까 아직은 배낭을 맞기기에는 저에게 힘이 남아있습니다

쿰부지역 최고의 불교사원인 탱보체꼼빠에는 눈이 내립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곳이었습니다

 

 


오르막 내내 설사와 고소로 사투를 벌였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고도를 낮추고 싶어 사원구경은 뒤로하고 데보체로 내려섭니다
3,860m의 탱보체에서 3,771m의 데보체까지는 15분 정도 내리막 길을 내려가면 됩니다
오후 2시 40분 눈발이 간간히 내리는 가운데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기로 합니다
조금전 먼저 도착한 싱가포르 단체객들로 롯지는 시끌벅적합니다
30분간 침낭속에 몸을 뉘었지만 먹은게 없으니 춥습니다
무엇보다 따뜻한 한국 봉지커피믹스가 그리워 2층 식당에 올라가니 난로에 불을 지펴 따뜻합니다
따끈한 커피와 난로는 싱가포르 애들의 시끄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난로 열기에 몸은 노근노근 합니다
30분쯤 지나가 같은 비행기로온 푸른여행사 일행분들이 도착합니다
몇일간 불편한 의사소통과 한국음식이 그리웠는데 저녁을 초대받아 입과 배는 호사를 누립니다
이렇듯 사람은 평소 생활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모든것이 그리운가 봅니다
비현실적인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해발 4,000고지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일상과 연결된 것들이 그리우니 저의 수행은 언제쯤 이런 틀에서 벗어날수 있을까요
저의 일정중 이 특별한 저녁만찬이 없었다면 에너지 고갈로 중단에 포기했을수도 있었을겁니다
이 저녁이후 거의 먹지를 못했으니까요.
암튼, 저에게 특별한 저녁에 초대해준 분들께 이글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젠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쉬어야 할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성원이 성웅이 그리고 또 아들의 먼길을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이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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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