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2014. 1. 14. 09:32

 

둘째날(2010-3-14)

팍팅(2,610m)~몬조(2,840m)~남체바자르(3,440m)


탐구해야할 것은 산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하여 오른것이 아니다
나는 이 자연의 최고지점에서 나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 하다면 에베레스트의 장대하고 준엄한 모든 것을 내팔에 안고 싶었다
- 라인홀트 메스너 - (죽음의 지대) 중에서

 


이곳 샹그리라 롯지는 비교적 시설이 좋습니다
제가 트래킹을 떠나올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것중 하나가 어디서 자느냐였습니다
대부분 이런 200루피(3,200원)하는 트래커 숙소에서 잡니다
공동화장실과 샤워장이 있고, 뜨거운물 샤워는 별도의 돈을 주어야 합니다
합판 한장으로 옆방과 칸을 질러놓았기에 옆방 사람들의 뒤척이는 소리까지 다 들립니다

아침이면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 세수하고 반쯤은 씹지도 못한 밥알을 목구멍에 넘기며 달려가던 생체시간은 오늘도 작동합니다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4시입니다
옆방의 서양 노부부 트래커의 뒤척이는 소리에 잠이 깨었나 봅니다

밤에 내리던 비가 그쳤나하고 창밖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쏟아집니다
한국에서 보았던 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한국에서 본 별과 별반다르지 않지만 이곳은 히말라야입니다
수많은 조명빛과 여유없는 삶의 두꺼운 장벽으로 이런 별을 본적이 언제였나 생각에 잠깁니다
아마도 40년전 시골 마당에서 별을 세어본후로 처음인듯 합니다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별들이 가슴속으로 물밀듯 밀려드는 새벽,
사진가는 사진을 촬영하여야 한다는것도 잊은채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 짜빠티와 생강차를 주문하였습니다
짜빠티 250루피, 생강차 50루피, 야채볶음밥 250루피, 방값 200루피 하루 나그네 하루 묵어가는데 800루피를 지불하였습니다

 

(세수하다 말고 이방인에게 미소를 보내는 아이의 미소는 싱그런 햇살만큼이나 빛납니다)

 

 

(이곳 셀파들은 아침이면 집마당에 향을 피웁니다)


네팔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물가가 많이 비싼 이곳 쿰부지역의 주민들 대부분 티베트계 셀파들입니다
에베레스트 초등 50년이 지나면서 벌어들인 달러 수입과 외국원조로 인해 생활이 향상되었으며,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하여 자식들은 카트만두 사립학교에서 공부하며 다른 종족 어린 아이들을 고용하여 장사를 합니다
돈독했던 신앙심은 점차 빛을 바래고 있으며 처처에 마하보살이 현현한 불국정토였던 이땅이 이제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씁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팍팅브릿지를 지나면서 우유빛 두드코시 강을 따라 몬조까지 평탄한 오르막입니다
치통으로 인한 것인지 약한 고소증세인지 머리가 조금씩 지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고도 3,440m의 남체까지 가야하기에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약간의 오르막에서도 심장박동 소리는 들립니다

 

 


우리나라 여행사 단체트래커들만 요리사에 치킨보이들 까지 대동하여 황제 트래킹을 하는줄만 알았는데 신사의 나라라고 자부하는 영국 사람들도 우리네 단체 트래킹과 똑같은 모습들입니다
이곳을 다니다 보면 외국사람들중 모든짐을 자기가 다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의 비난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한국사람들 입니다
고소에 고생하며 자기짐을 자기가 다지고 가는게 맞는지, 이곳 사람들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면서 고소를 피해가는게 맞는지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전 암튼, 후자를 택하였습니다
카트만두에서 가이드1명, 포터1명을 구하여 같이갑니다

(포터 나르바하두)

단체트래커들의 포터와 치킨보이의 무거운 짐을 보며,
저의 짐을 지고 여유롭게 걸어가는 포터 나르바하두와 사뭇비교됩니다
"포터도 인간인데"
어느책에서 보았던 문구입니다
사람들은 포터가 트래커보다 걷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느린 이유는 그들의 무거운 짐입니다
포터도 인간인데 빈몸으로도 걷기 힘든데 1인당 트래커 2명의 짐을 지고 어떻게 빨리 걷겠습니까?
트래커들은 입맛대로 주문하여 먹거나, 요리사를 대동하여 근사한 식사를 할때 그들은 달밧을 먹습니다
달밧은 쌀밥에 콩카레 같은걸 얻어먹는 이들의 주식입니다
이들이 다른것을 먹지 않고 달밧을 먹는 이유는 양을 무한 리필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때론 밥값을 아끼기 위해 트래커가 건넨 간식으로 때우기도 합니다
2년전 여행사 패캐지로 안나푸르나를 트래킹하였습니다
그때 포터들은 20kg 카고빽 두개씩 한명의 포터가 지고 땀을 비오듯 쏟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이곳 포터들은 원래 트래커의 짐을 두개씩 져나르는갑다 하고요....
트래킹이 끝나고서야 전 알았습니다
한국의 여행사는 돈을 깍고, 현지 여행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그런짓을 한다고....
이번 트래킹을 계획하면서 제1순위로 고려한 것이 포터1명, 가이드1명 제대로 정해진 인금을 지불하고 고용하겠다고.....
저의 가이드 뻐덤과 포터 나르바하두는 시종일간 콧노래를 부르며 걷습니다
"릿쌈 삐리리....릿쌈 삐리리......"

 

(몬조)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산허가소)

뻐덤과 나르바하두의 노래소리를 들어며 몬조(2,840m)에 도착한건 10시 30분입니다
네팔의 국립공원 사가르마타 입산허가를 이곳에서 받습니다
입장료는 1,000루피(16,000원)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곳 공립초등학교에 들렸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학교문을 통과하자 수업시작종이 울립니다
학교선생님과 약간의 대화를 나누고 가져간 볼펜을 건네고 아이들과의 만남을 뒤로합니다
최고의 트래킹 지역에 위치한 까닭에 비교적 외국 후원자들의 후원을 많이 받는듯 합니다

몬조에서 조르살레까지는 약간의 내리막길로 금방입니다 
점심을 먹기에는 약간 이른시간(11:30)이지만 이곳을 지나면 적당한 곳이 없기에 셀파스튜(200루피)를 시켜놓고 카메라 밧데리도 충전합니다(100루피)
등산화를 벗고 야외테이블에서 여유를 부립니다
셀파스튜를 시킨것은 점점 치통이 심해져 씹지도 않고 대충 넘길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 밧데리 충전이 끝날때까지 30분정도 지나가는 아이들과 식당주인 아이와 노닥거립니다
하교길 아이들에게 볼펜 한자루씩 쥐어주었지만, 혹시나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나 걱정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이곳 셀파들은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아이들에게 자존심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4살짜리 아이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허락을 구했다고 호되게 당한것도 얼마후 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사진을 찍자면 서로 찍어 달라고 야단입니다
그럴때는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프린터도 해줍니다
그 4살쯤 되어보이는 꼬마는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손사래를 칩니다
가이드 말로는 "당신네들은 우리 사진 찍어서 당신네 나라에서 팔아먹잔아요"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촬영 허가를 얻어서 촬영하였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안되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50십이 다되어도 나그네는 어린꼬마에게도 배웁니다

 

 

 

 


조르살레를 지나면서 50도가 넘는 경사진 오르막길의 연속입니다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 강을 건너는 아찔한 철다리를 건너니 저와 같은 비행기를 탓던 한국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푸른 여행사 관계자와 아일랜드피크 탐사를 가는 3명의 트래커들입니다
겨우 이틀동안 1/3쯤 밖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가이드와 생활했음인데 한국 사람을 만나 의사소통이 자유로우니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거참~~!

 

 

 

26살 가이드 뻐덤은 젊은이 답게 여러가지로 묻습니다
"한국에 노동자로 가면 힘든일 합니까?"
"한국에는 문맹도 있습니까?"
"사장님 수입은 얼마나됩니까?"
"차는 있습니까?"
"대학졸업생이 취직을 하면 돈은 얼마쯤 버나요?"
주도 돈에 관한 질문이 많습니다
이것 저것 대답을 해주다보니 이녀석 얼굴에 절망이 스쳐지나갑니다
"뻐덤....나도 어릴때는 이곳의 아이들과 변반 다르지 않았어...꿈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년 반드시 좋은날이 올거야"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과연 이 나라 현실에 그런날이 올까 나자신의 믿음에 의심이 갑니다
"뻐덤...외국인들이 이곳까지 올때는 오랜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여행경비 또한 다른 희생을 감수하며...돈많은 나라 사람들이 단지 즐기기위해서만은 아니다...넌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지만 이좋은 환경에 살며 찾아오는 트래커에게 도움까지 줄수 있으니 넌 행복한 사람이다"
나의 이러한 노력에도 뻐덤의 표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초코파이가 기압에 의하여 이렇게 터질듯 합니다..헛배부름도 이런 같은 논리입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심장박동 소리는 크게 울립니다
해발 3,000m를 넘겼다는 증거입니다
오후 4시 이전에 도착하면 고소증세에 시달릴수 있기에 가능하면 천천히 걷습니다
2,610m의 팍팅에서 3,440m의 남체까지는 800m이상의 고도 차이가 있습니다
고소증세를 피할려면 하루에 500m이상 고도를 올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중간에 적당한 위치에 로지도 없으며 빡빡한 일정상 어쩔수 없는 트래커들의 피할수 없는 아픔인듯 합니다
점점 심장 박동소리는 크게 들립니다
이럴때 마다 저는 더 천천히 걷습니다

 

한참을 고개마루를 올라가니 먼지투성이에 반쯤 상해보이는 바나나와 쥬스를 파는 아주머니 두분이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건냅니다
30명 이상되는 영국인들속의 네팔리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바나나 사세요를 외칩니다
아무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데도.......
푸른 여행사팀과 저는 바나나를 삽니다
하나 30루피씩 10개 300루피를 주고 사려니 가이드 뻐덤은 비싸다고 합니다
"뻐덤아.....이건 비싸고 싼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이곳에 온이상 이렇게 현지 주민에게 도움이 될수 있는 소비를 해야 하는거야"
뻐덤은 제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해야 되었건 말건 생긴것보다 맛있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은게 이게 마지막이란것도 모른체요......

 

제가 11살 락빠를 다시 만난것은 쿰부중심지 남체바자르가 저만치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10걸음도 못가서 쉬고...다시 걷고를 반복하여 남체에 짐을 전하고 얼마안되는 돈을 받아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락빠가 받은 돈은 1kg당 20루피.....60kg을 져다 날랐으니 우리돈 2만원 조금 안될겁니다
이틀동안 먹고 잤으니 이돈중 1/3은 이미 길에 뿌려졌을 거구요
락빠의 걸음으로 아무리 바삐 걸어도 한밤중이나 되어야 루클라에 도착할 것입니다
가는길 배고프면 먹으라고 육포와 영양갱을 건냅니다
떠나려는 락빠를 다시 붙잡고 약간은 돈을 쥐어줍니다
가능하면 많은 돈을 주고 싶지만 11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여 성의만 표합니다
락빠를 보내고 남체에 접어들어 동네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조금 큰아이가 100루피를 달라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제가 락빠와 같이 사진도 찍고 돈을 주는걸 멀리서 본듯하니다
이렇듯 좋은 마음도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튈수도 있습니다

(남체바자르 3,440m)


26년을 꿈꾼 에베레스트 전초기지인 남체바자르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크다란 초르텐과 취타르와 룽따가 휘날립니다
초르텐에는 티베트 불교 경전이, 룽따와 취타르에는 "거친 바람 부드럽게" "찬바람 따뜻하게" 정도의 이들의 소박한 꿈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소망을 비는 "마니차"를 돌립니다
"옴마니 밤메움"
한번 돌릴때마다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오전에 화창한 날이 오후가 되면 흐려집니다
마을 중턱에 있는 롯지에 도착할 즈음  우박이 쏟아집니다
밤에는 눈이 오려나 봅니다

해발 3,440m의 남체의 롯지에서 전 밤새 눈물로 지새웁니다
이제 치통은 진통제로도 듣지 않습니다
고산병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게 치통과 치질이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냥 대수롭게 생각했는데 반백의 어른이 두평남짓한 히말라야 기슭 방구석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진통제를 많이 먹었기에 다른 고소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모릅니다
저녁을 먹으려니 토할것 같고 헛배가 부릅니다
머리가 아픈건 치통과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경험많은 롯지 주인은 나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며 이곳 민간 치통치료제를 솜에 묻혀 줍니다
느낌으로는 잇몸이 마취가 되는것 같습니다
어느게 효과를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새벽녘 잠시 진통이 멈추어 잠이 듭니다

창밖에는 사각 사각 눈이 내립니다
내일은 해발 3,780의 쿰중까지 가야하는데 갈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몸상태로는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뿐입니다
안락한 나의 보금자리를 뒤로하고 히말라야 기슭에서 왜 이리 고통속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수 없습니다

(밤새 고소로 고생하고난 다음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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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