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3 굽라촉 ~ 고르따벨리
밤새 두통과 복통에 시달린 아이는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제 정말 하산이라는 결정을 해야 하는가 봅니다
몸의 컨디션은 엉망이었지만 어제까지는 투지를 불태우던 아이도 오늘 아침에는 의지가 많이 약해져 보입니다
아침은 고사하고 물한모금 넘기지 못하는 아이는 도저히 자기힘으로 걷지 못할듯 합니다
같이한 가이드와 포터는 자기들이 업고가겠다고 하니 아이는 쪽팔린다고 하는걸 보니,
아직은 한계점에 도달하지는 않는듯 합니다
2700m에서 하산을 하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아비의 판단으로는 아직은 한계지점은 아닌듯 싶은데....
이러다 정말 아이에게 도리킬수 없는 일이 생기는건 아닌지.....
아이는 최선을 다하였지만 너무 쉽게 포기하면 아이의 가슴에 두고두고 후회를 남기는게 아닌지....
이 또한 아비의 욕심이란걸 잘 알지만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럴때는 아이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들어 주어야 하기에 여러번 아이와 의논한 결과 해발 3000m 고르따벨리 까지만 가보고 결정하기로 합니다
거리상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여서 짐은 모두 두고 올라갔다가 상태가 좋지 못하면 다시 내려오기로 하고 아이의 투혼은 시작되었지만 몇발자욱 가지 못하고 토하면서 비틀거입니다
결국 포터 두명이 번갈이 업고 고르따벨리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아이가 정한 해발 3000m 입니다
뒤로 보이는 랑탕리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을 할때
약간 기운을 차린 아이는 100m 전방의 롯지까지 걷고자 합니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수십번 토한 아이는 이마저도 무리인듯
몇발자욱 걷지 못하도 업드려 헛구역질을 합니다
결국 남은 거리는 아비인 제가 업고 걷습니다
마냥 아이인줄만 알았던 이넘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아빠 무겁지 않으세요"
거참~~!
"이넘아 왜 안무겁겠니.....그래도 아빠는 해발 3000m....아들이 태어나서 최고점을 오르는 순간 같이할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이곳 고르따벨리는 지금까지 원시림과 빙하가 흘러 내리는 계곡길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고원길로 접어드는 탁트인 전망과 야생 히말라야 원숭이들이 가까이서 노니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두가구의 롯지에는 몇몇의 서양 트래커들이 아이를 보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냅니다
아이가 저지경인데 빨리 하산을 하지 않고 한가로이 사진이나 찍고 있는 저를 두고 뭔가 자기네들끼리 쑤근거리곤 합니다
문화의 차이.....특히 참견하기로 유명한 독일 트래커는 아의의 상태를 살펴보기까지 합니다
이 적막한 산골에서 절실히 필요할듯 싶어 한국에서 준비해온 구충제, 해열제, 루시딘 연고를 롯지에 선물합니다
이곳 티베티안들은 우리와는 달리 많이 무뚜뚝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기위해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는 사람이 무안한 정도로
"땡큐" 한마디 하고 아무런 표정도 없습니다
이것도 문화의 차이라는걸 우리가 이해해야 합니다
윈시림 계곡을 3일동안 헤쳐나와 시원하게 펼쳐진 설산을 바라보니 아이와 전 다시 욕심을 냅니다
여기서 하루밤만 자고 가자고.....
두통과 어지럼증세에 시달리는걸 보니 고소증세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고소 증세에 벗어날수 있는길은 고도를 낮추는것 뿐입니다
몇시간동안 잠만자고난 아이는 여기서 하루더 견디어 보겠다는 의욕을 보입니다
롯지에 머물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수근거립니다
저리다 일 생기면 어쩔려고.....
전사로 살아왔으며....자식마저 전사로 키운 아비는 모른척 합니다
그저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릴뿐.......
아이는 이순간을 오래도록 기억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순간이 아이의 삶에 보석같은 빛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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