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2014. 1. 15. 18:23

 

2010. 12. 14  고르따벨리 ~사브로벤시

 

 

히말라야 구석 구석에는 타르초와 룽다가 휘날립니다
룽다는 경문이 새겨진 불교식 깃발로 '룽"은 바람을 뜻하고 "다"는 말을 뜻합니다
룽다의 모습이 바람을 향해 앞발을 들고선 말의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이깃발에는 진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서 모든 중생이 구원 받기를 바라는 티베탄들의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잠시 티베탄들의 평화와 우리 일행의 무사를 기원해 봅니다

지난 3월 쿰부히말라야를 트래킹중 딩보체에서 보았던 밤하늘의 별은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어있습니다
그당시 짐무게를 고려해 밤하늘의 별을 촬영할때 필수적인 삼각대와 릴리즈를 휴대하지 않아 가슴에 묻어둔게 두고 두고 아쉬워 이번길을 떠나기전 제일 먼저 챙겼습니다
단 한번의 촬영을 위하여....
고르따벨리는 별사진을 촬영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아니였지만 내일이면 하산을 하여야기에 마지막 기회입니다
어둠에 별이 쏟아지면 촬영해야지.....
거참~~!
해질녘 어디선가 깨스가 잔뜩 몰려와 설산의 석양도 밤하늘의 별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줄을 알지만 진한 아쉬움과 다음이라는 단어를 되새김질 합니다

아이는 여전히 괴로움을 호소하다 잠이 들고,
저도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의 고통스런 기침소리에 잠이깨어 이런 저런 생각에 다시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는 적막감에 휩싸입니다
답답함을 달래려고 침낭을 열어젖히고
밖을 나가니.....오~~이런~~세상에!!
언제 그랬나 싶게 별은 거침없이 나의 온몸을 향하여 쏟아져 내립니다

제가 바라보는 별빛은 항상 먼 과거의 빛이라는게 나는 늘 경이롭기만 합니다
수억만년의 시간을 건너와 지금 제 머리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제 삶이 왠지 덧없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이 짧은 생을 더 치열하게 살아낼 의무가 있는 거겠지요.

주섬 주섬 장비를 세팅하고 적정노출을 알기위한시험컷을 한컷 하고
본 촬영에 들어가려고 구도잡고 노촐 확인하고.....셋팅완료.
오....이런...닝기리~~!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밧데리 아웃입니다

 

 (시험컷한 단 한장의 사진)


어줍짢은 사진가 주제에 괜시리 포터의 짐무게만 가중시키게 카메라 장비만 가득 챙겨왔나 봅니다
욕심을 줄이지 못하는것도 병인가 봅니다
축구 선수가 골대 앞에서 넘어진 기분이 이런가요?

이번 트래킹은 다른때보다 아들과 함께라는 핑계로 이것 거것 많이 챙겼습니다
짐을 싸고 풀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다는것도 결국은 배낭을 꾸리는 일과 다름없는것 같습니다
내가 포기할수 있는게 무엇인지,
나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거듭 물어가며 짐을 꾸리지만 막상 길위에 서면 꼭 필요한 것은 두고 오거나 필요없는 것을 챙겨온 낭패를 맛보곤 합니다
살아가는 일도 결국은 욕심을 버리고 절실한 것들만 남겨 간결하게 걸어가는 것일텐데 언제쯤 전 담백함 마음으로 길위에 설수 있을까요.
정작 필요한 예비밧데리 하나더 가져 왔으면......
카고빽속의 짐중 절반은 필요치 않은것인데 말입니다

 

아이는 고통스런 얼굴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길위에서 아이는 세번째 위기와 선택을 맞이합니다
첫번째 위기는 난생처음 하루종일 지속적인 오르막길...산소마저 부족한 길을 오른 트래킹 첫날 이었습니다
두번째 위기는  고소증세에 시달리면서 남들이 1시간에 갈수 있는 거리를 기다시피 3시간에 오른것이며,
세번째는 해발 3,000m에서 밤새 고소에 시달린것 입니다

3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눈만 껌뻑이는 아이는 판단조차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아들아 충분히 노력하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구나....이젠 하산하자"

 

물만 먹어도 토하는 아이는 일어서기 조차 힘들어 합니다
업혀서 내려가는게 쪽팔리니 걸어가겠다며 앞장서더니 50미터도 못가서 쓰러집니다
비틀거리며 걷다가 천길 낭떠리지에 걸쳐있는 길에서 미끄러지면 돌이킬수 없기에,
결국 포터한명이 업고 나머지 짐을 나누어지고 내려갑니다


사람의 체형에 맞추어 제작된 배낭도 일정무게 이상이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는데 아이의 몸무게 45kg.....평지길도 아닌 산길에서 업고 내려가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등산화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포터의 하루 일당이 800루피...한국돈으로 12,000원정도 입니다
성수기때는 한달에 한번...잘하면 두번.....비수기에는 하늘만 쳐다봅니다
운동화 같은 신발은 눈이리도 오면 발이 얼어 동상에 걸리기가 쉽고 발목을 보호하지 못하는 신발을 신고 험한 산길을 걷다가 발목이라도 접질리면 이 일마져 하지 못합니다
아이를 업고 저보다 성큼 성큼 저만치 걸어 내려가는 수끄르를 바라보며 저의 마음은 너무나 불편합니다
몇번이나 토하는 아이의 등을 두들겨 주며 걱정스러움과 마음 아파하는 이 순수한 청년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해발 2,000m 이하를 내려오니 아이의 창백하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옵니다
이제부터 평지길에서 조금씩 걸어야 합니다
기압으로 인한 장운동이 정지된것이 풀릴려면 조금씩 움직여야 하니까요
3일을 굶은 아이는 사력을 다합니다
아무리 철부지 아이지만 등판으로 전해지는 포터의 거친 숨결에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그렇게....포터의 도움으로 해발 1,460m의 사브로벤시까지 내려온 아이는,
"아빠는 괜찮으세요"
포터의 짐을 줄일려고 많은 짐을 지고 내려온 아비를 걱정합니다
포터도 저도 아이도 모두 한동안 말없이 쓰러지면서 우리의 랑탕 순례길도 끝이 납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부자의 무모한...아니 아비의 무식한 도전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정신을 차린 아이는 포터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