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2 라마호텔 ~ 굽라촉
새벽4시 아이는 복통을 호소합니다
겁많은 아이는 낮선곳 전기마져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참다 참다가 저를 깨운것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는 헛배부름과 설사증세에 시달리는것 보니 약하게 고소증세가 있는듯 보입니다
고도 2700m....벌써 고소가 오면....오늘 하루 일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6시 30분
아이는 아침을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약간의 선식을 먹였습니다
계속해서 구토증세와 어지름증 헛배부름을 호소하며 걷기가 힘든다고 합니다
컨디션이 많이 않좋지만 오늘 가야할 길을 확인하며 출발의지를 불태웁니다
출발 10m.....아이는 주져 않습니다
그리고
10보 1배.......10m 전진....휴식.....
오르막길에서는 토하기를 반복합니다
많이 힘들면 라마호텔로 되돌아 가서 하루 쉬어도 된다고 해도 그럴수 없다고 고집입니다
죽을둥 살둥 악을 쓰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저자신을 뒤돌아 봅니다
대한민국인으로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야 할 아이의 운명,
이를 갈면서 걸어가야 할 벼랑길을 한눈에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패배하면 죽는다 라고 말해온 것이 저였고,
아비가 갔던 길을 답습하면 안된다 라고 채찍질해온 것도 저였습니다
아이가 오로지 전사가 되기를 바랬던것도 저였습니다
전사로 교육받은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비인 제가 1시간 거리에 있는 굽라촉까지 올라가야 할 것인지 라마호텔로 내려가야 할 것인지 선택을 할 순간입니다
몇번이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 보아도 앞으로 가자고 합니다
거듭되는 구토에도 아비란 사람은 등을 두들겨 주는것 외는 아무것도 할 수없습니다
결국 랑탕까지 가는걸 포기하고 라마호텔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굽라촉에서 휴식을 결정합니다
두어시간 쉬면서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기로합니다
따뜻한 햇빛아래서 아이는 계속 잠만잡니다
무정한 아비는 아이는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는데 혼자서 밥이 목에 넘어가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 또한 조금씩 고소증세가 오기에 체력적인 비축을 해야 올바른 판단과 이번 트래킹을 잘 이끌고 갈수 있기에 억지로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 1시가 되어도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 가야할 길 1/3밖에 가지 못함을 저보다 아이가 아쉬워 합니다
"아들아 오늘 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니가 보여준 투혼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곳 굽라촉 롯지는 랑탕리옹의 설산을 바라보며 시원한 계곡을 끼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답고 조용한 곳입니다
비수기때는 사람들이 거의 머물지 않으며, 롯지라곤 이곳에 한채....10분거리에 또한채 밖에 없습니다
이곳을 지키는 이들은 치왕다와(34 여), 다와셀파(33 남) 티베트계 부부입니다
이곳 롯지의 주인은 성수기에만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지금은 카트만두에서 생활을 한답니다
이들 부부는 성수기때 주방장과 허드레일을 하며, 비수기때는 이들이 이곳을 지키며 장사를 한답니다
9살, 6살 남자 아이가 있는데 카트만두에서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이들 순박한 부부의 꿈은 가능하면 아이들을 고등학교까지 공부시키고 싶어합니다
1년에 아이 한명당 공부시키는데 60,000루피 한국돈으로 960,000원 한달에 80,000원......이나라 한가구당 월평균 수입이 한국돈으로 10만원이 되지 않는 실정이니.....
하루종일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산술적으로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아이두명의 학비는 어려울듯 합니다
지금은 외국 NGO 단체의 약간의 도움이 있지만....이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NGO 단체의 현실과 후원자들의 현실을 잘아는 저로서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제발 아이들이 고등학교 마칠때까지 후원이 이어지길 빌뿐입니다
이들 부부의 순박한 미소를 바라보며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동안 저는 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한다고....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살아야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깊은 산골에서 이들과 똑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면 이고단한 삶을 견디어낼 힘이 제겐 있을까?
그때 제 삶을 끌어가고, 일상의 팍팍함을 견디게 해주는 동력이 무엇이 될지,
제가 그것을 찾아낼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아마도 어려울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비상약과 진통제, 구충제....항생제 연고....그리고 아이가 준비한 노트와 볼펜등을 선물합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제일 어려운것은 사람이 아플때 일것입니다
우리네 같은 트래커에 묻어오는 각종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약한 이들이 감염되면 치명적이 될수도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고 천만이 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학살이 있었습니다
그 사망자중 총칼로 죽은 사람은 20%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유럽인들이 가지고온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으로 죽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이문제는 여기까지.......
포터 슈끄르입니다. 22살 라이족 청년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장차 코리언드림의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다음에 올때는 이친구가 가이드로 승진되어 있을것입니다
트래킹 내내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며 따스함으로 아이를 돌봐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포터 너루입니다. 구릉족 37살 유부남입니다
포터경력이 아주 많으며 포터를 천직으로 알고 있는 타고난 포터입니다
아마 다음에 와도 이친구는 포터를 하고 있을겁니다
오후 2시쯤
아이는 한국에서 준비해온 즉석 비빔밥과 김치로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아래서 가이드, 포터와 훌라를 하며 기운을 회복합니다
나홀로 트래킹때는 한국에서 식사대용 먹을것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지 음식을 잘먹기는 커녕 거의 먹지 못합니다
그렇지만....이곳 음식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들에게 식비로 작은 돈이나마 지급하는게 저의 트래킹중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고생이 따르더라도.....
이번에 가져온 몇가지는 아이가...혹시나 저처럼 고소로 먹지를 못할까봐 해서인데...
글세요...잘한짓인지....못한짓인지 자식이 앞에서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오후 5시
아이는 또다시 구토증세와 복통, 두통을 호소합니다
잘놀던 넘이 밤이되어 기온이 떨어지자 기운을 잃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저 또한 약간의 헛배부름과 고소 초기증세가 나타납니다
저의 유전자를 닮은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오늘밤 고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겁니다
이뇨제 다이야막스와 폐혈류량을 늘여주는 비아그라를 나누어 먹고
내일 아침 기운을 회복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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