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13. 12. 9. 22:39

봄이 가고 여름과 가을...겨울....계절은 순환한다
그것은 자연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
.
.
매년 같은 곳을 찾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곳과 친구가 된다
나에게 노고단은 그런 곳 인듯 하다
.
.
.

 .
.
.
사진가에게 있어서
이러한 장관을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것이 처음이고 마지막인 것이다
.
.
.

 .
.
.
셔터 타이밍이란 것이 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한번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
.
.

 .
.
.
내가 만일 산중에서 산다면.....
아래와 같은 장관을 만나도 감동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그것은 역으로
내가 산속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도심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
.

 .
.
.
나 처름 한평생 지리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지리산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
.
.

 .
.
.
나 같이 늘 지리산 생각속에서 사는 사람도,
산멀리를 한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
.
.

.
.
.
능선아
능선아
너는 저 산너머에 무었이 있는지 아느냐?
.
.
.

 .
.
.
삶이란
어떻게 보면 시종일관
기다림인 것 같다
.
.
.

 .
.
.
삶이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이슬과 같다
.
.
.

 .
.
.
난 사십만 넘으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는 없이
젊은 날의 파도를  잠재울수 있으리라 믿었다
불혹.....
이제 사십 하고도 다섯 해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불혹인지 무엇에 대한 불혹인지 도무지 모르며
갈수록 내 안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그 물결속에서 거친 항해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조그마한 유혹에도 흔들리는데 그래도 굳이 불혹을 믿으라 한다면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감정의 조절능력 때문일 것이다.
.
.
.

 .
.
.
회색 도심에서 건성으로 산을 바라보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
.
.

 .
.
.
산속에서 산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나도 문득 산이 된다
.
.
.

 .
.
.
내가 일상에 쫒겨 정신못차리고 있을때
산은 저만치서 나를 바라만 본다
.
.
.

 .
.
.
탐구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고 나 자신이다.
나는 지리산을 정복하기 위하여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이 주는 장대하고 준엄한 영감을 체험하고 싶었고,
그 영감을 카메라 파인드로 통하여 보고싶었다.
산악인으로 정상에 서거나, 사진가로 어떤 성과를 얻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왜 지리산을 오르는가?
고통과 기다림의 갈림길에서 나자신과 싸우면서.....
언제나 새로운 사진이 필요해서인가?
나는 지리산 없이는 못산단 말인가?
정말 지리산에 병들었을까?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내일 다시  배낭을 꾸릴것인가?
.
.
.

 .
.
.
아~~!
몇년이나 더 배낭을 메고 지리자락을 다닐수 있을까?
12년전 처음 카메라를 메고 지리에 들어 난 무었을 하였는가
얻은게 무었이고 잃은게 무었인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사진과 가족간에......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
.
.

 

Posted by 반야/임대영
지리산2013. 12. 9. 22:26

산을 오르면
세속적인 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자연의 일부로 돌아 갈 수 있다
.
.
.

 .
.
.
지리산의 밤은 혹독하다
피해간다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위는 육신과 정신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모든게 얼어붙어 버리는 혹독한 추위
영하 -25도
난 다음날 아침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태아처럼 움크려서
해뜨는 동쪽을 향해 누워 아침햇살을 기다리는 나팔꽃처럼 감각을 모두 웅크린다
그 고통과 싸우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고 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가 바로 고통이 되어 함께 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다

받아들이면 편안하고 거부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통을 쫓으려면 고통 안으로 들어가고
괴로움을 잊으려면 괴로움으로 들어가니
그 무엇을 제거하려면 그것을 도구로 이용한다
추위와 싸우지 말고 근원인 추위로 간다면
추위가 나이고 내가 추위이니 다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록 오늘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 혹독한 환경에서 다 잃었다해도
나는 이 고통스런 시간들을 이젠 즐길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것이기에.....

- 어느 추운 겨울밤 새벽을 기다리며 -
.
.
.

 .
.
.
산사진가의 취미는,
끝없는 인내이어야 한다
.
.
.

 .
.
.
밤새 쉼없이 텐트를 두드리던 빗소리도,
온대지를 집어 삼킬듯한 천둥번개도.....
이젠 멈추었다
적막한 산정의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정겹다
텐트 밖의 세상은 어떠 할까?
.
.
.

 .
.
.
투철한 자신의 결단도 없이 남의 흉내나 내는 어리석은 사진가가 되지 말자...
나 자신의 길은 나답게 살 것이지,
그 누구의 복제품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
.
.

 .
.
.
돌아보니
구멍 난 곳이 많더이다

빗장 질러 가둬놓은 젊은 단속도
어느 틈엔가 느슨하게 풀어지더이다

"사랑한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대 사모하는 맘 비워짐 없더이다

애꿏은 일상의 닳아버린 모서리에도
스무 살 적 꼭 같은 햇볕이 비추더이다

그리하여 나이 드는 모습, 앓는 소리가
얼기설기 마흔 바구니에 노래로 담기더이다.

- 최승은 산문집 "어느 외로운 행성의 고백"중에서
.
.
.

 .
.
.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그 소중함 마져 잃는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며,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  법정스님 잠언집 중에서 -
.
.
.

Posted by 반야/임대영
지리산2013. 12. 9. 22:19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난
아무것도 모르고 까만 밤을 지새우며.... 앞서가는
이의 발길을 놓치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올랐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촬영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체.... 온몸에

기가 다 빠져나가고 정신이 몽롱해져 도착한 그곳.....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나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완벽한 사진적 구도.... 어머니의
젖줄 같은 풍요로움 등...... 그러한 것은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저... 나의
눈에는 이런 곳이 있었구나..... 그 자체였다 충격.... 그날


이후 10여 년 나의 발길은 언제나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지개를 쫒아서.....
.
.
.

 위의 사진들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에겐 섬진강은 하나의 화두였고, 보이지 않는 무지개였다 지금도
봄이면 나의 발길은 이곳으로 향하고 있고,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하여 오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철쭉,
운해, 섬진강...... 가히 완벽한 사진적인 구도이다. 적어도
내가 이곳을 20여 차례 오를 때까지 이 사진 한 장을 위하여 올랐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것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 스산한


바람 소리에 낙엽이 힘없이 뒹굴던 어느 가을날.... 나는
홀로 산을 올랐다.... 섬진강을 보기 위하여....

새벽녘.... 낙엽 뒹구는 소리에 단잠에서 깨어 밖을 나와 보니..... 섬진강

구비구비 가득한 운해... 넘실거리는 억새.... 넘치다
못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굼실굼실 섬진강 따라 밀려가는 운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으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을 추억한다...

 ... 언제나


그랬듯이 산을
올라갈 때는 배낭 가득 사진의 욕망을 담아 간다 그날도
그 배낭의 무게만큼이나 실망스러운 날이었다 사람들은
날 보고 산에 가서 사진 잘도 찍어오네 하지만, 적어도
난 이곳에 10번 오르면 한두 번 촬영한다 그것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그날도

그랬다
"닝기리 싶아....."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 내 눈에 비친 섬진강..... 아침노을에
물든 섬진강..... 그
섬진강은 마치 지리산의 역사를 토해내는 용암 같았고, 그
순간 사진가의 본능으로 불타오르는 용암 속에 나의 사진적인 욕망을 모두 태워버렸다. 오~~! 이런~~! 세상에


이런 장관이 있었구나....."지리 산신이여
이런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그 수많은 나날을 이곳으로 인도하였는지요"한동안
멍하니 눈시울만 붉혔다 천천히.... 다시는
이런 장면을 만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고. 이렇게
하여 나의 대표작은 탄생되었다.

 ... 한


가지를 가지면 또 다른 한 가지를 가지고 싶은 게 사람이란 말인가.....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진을 손에 넣고도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다~~!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을 흘려야만 하는 것일까..... 아침노을에

빛나는 섬진강.... 그
노을에 운해 가득하면 어떨까? 강렬한
아침 햇살에 녹아내리는 운해는 어떨까? 그러나

언제나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날도...."사진은

지리 산신이 점지해주어야 되지"
"닝기리...."
하고 짐을 주섬 주섬 챙기려는 순간... 으악~~! 온통

운무로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섬진강이 순식간에 걷히고, 아침햇살에
섬진 강폭만 반짝였다...... 어찌
이런 반전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만약

나에게 그 많은 시간과 고통을 견디면서 왜 산을 올라가느냐고 묻는다면 이러한
극적인 반전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고 할 것이다

 

 ... 늘


그랬듯이 그날도 반짝이는 별빛을 길동무 삼아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산을 올라갈 때는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넘실거리는 운해와 검붉은 섬진강 생각뿐이었다 어스름한
새벽녘.... 스산히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를 본 순 간나의
뇌리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있었다"아~~ 저
억새에 아침 첫 햇살이 비치면.... 어떠할까?""그렇다.... 색온도이다"순간적인

촬라에 아래의 사진들은 세상에 태어났다

 

 

 

... 처음에는


철쭉을 보고 올랐다 두
번째는 운해를 보고 올랐다 세 번째는
반짝이는 강폭을 보고 올랐다 그리고
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색을 보고 올랐다. 처음에는

이미 남들이 촬영해둔 사진만 보고 올랐다. 두 번째는
내 눈에 보이는 것만 촬영했다 그리고 나만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처음에는

빈손으로 내려오는 하산 길에"아~~ 난
왜 이러지... 나만 이런 걸까...."
탄식하는 한숨소리가 메아리 되어 울려 퍼졌다 이젠
그 걸음조차도 정겹다
"내가 산을 갈 수 있어 육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고"
"내가 사진을 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 건강하니 뭘 더 바랄 수 있겠나"

처음에는 사진을 찍기 위하여 올랐다 오르다
보니 사진적인 욕심으로 올랐다 그리고 이젠

섬진강이 좋아서 그곳에 올라간다 그렇게.... 10년


세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난
그곳으로의 산행을 접을지 모른다

저만치서 손짓하는 무지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지개 난
알고 있다 영원히
그 무지개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지리산만 다닌다 나는
지리산만 촬영한다

나도 다른 산도 다니고 싶다
나도 다른 산도 촬영하고 싶다 내가

지리산만 고집하는 이유는? 지리산은

10번을 올라도 100번을
올라도 1000번을
올라도 늘
새롭게 보인다
이유는 거기에 있다.

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