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13. 12. 9. 23:18

난 지리산을 알고나서야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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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손에 잡은 후....
지난 20대..... 사회적인 혼돈과 그로 인한 마음속의 갈등을 식혀 주었던 지리에서의 영상이 뇌리에서 떠날 줄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풀 수 없는 화두로 자리잡았다.

오래전 전 캐롤송이 도심속에 가득한 어느 날.......

그 화두를 찾아서 무작정 장터목으로 향했다.

그땐 그 길이 가시밭 길 인줄 미쳐 몰랐던 것이다
몇 년간 산행과 운동을 게을리 한 덕택에 난 거의 4시간이면 오를 길을 10시간이나 걸려 한밤중이 되어서야 올랐다.

회색도심의 탁한 공기에 육신과 정신은 찌들었으니 그길이 어찌 수월했겠는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지리는 오르는 것은 늘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그 때를 생각하며 미소지어본다

난 그렇게 처음부터 어렵게 관문을 통과하였다.

2박 3일 일정....

기다림의 연속이다....눈....눈...눈....

그때 부터 시작된 기다림의 시간.....지금도 그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하루...이틀.....내일이면 내려가야 하는데...

3일째 되던 날 직장에 전화하여 거짓말하고 이젠 눈올 때까지 기다려 보련다

또 다시 하루...이틀....
식량은 떨어지고 하루 라면 한끼씩 해결하고 가능한 움직임을  자제하면서...
식량이라 해봐야 라면이 전부인데...
하하~~!
산장 취사장만 한바뀌 돌면 배고픔은 해결 될것을....
평소 붙임성이 없는 성격 때문에 사서 고생이라....

5일째 저녁
12월 31일 드디어 눈이 오기 시작한다.
새해 일출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는 말 그대로 장터를 방불케 하고 아무런 대책없이 산을 올라온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보낸 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지옥 같은 밤이었다.

도무지 밝아 올것 같지 않았던 새해는 밝아 왔건만 눈은 계속 오고 추위와 배고픔은 더욱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라면하나 하산을 위하여 남겨 두고 비스켓 하나로 배고픔을 최소화 할려고 시간당 한조각에 물 한잔....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뎌드......
쨍하고 코발트색 하늘은 열리고 순백의 상고대.......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이젠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구도는 어떻게 잡고
노출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가슴만 쿵덕 쿵덕 뛰기만 할뿐......
허둥지둥 필름만 소비하고 있었을뿐
이 순간이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장관인것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매번 촬영 갈 때 마다 이러한 잊지 못 할 좋은 장관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진을 볼때마다 좀더 침착했다면 하는 생각에 땅을 치고 싶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상상 속의 장면을 만나면 그때를 생각하여 쉼 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촬영에 임한다.

사진은 좋은 장면을 만나는것은 사진가에게는 큰 행운이고,
그 행운이 주어졌을때 그것을 자기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진적인 안목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카메라를 제어할수 있는 능력,
그리고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큰 교훈을 얻었어니 어쩌면 놓친 사진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은 것이다

초보 산 사진쟁이.....
그게 나의 지리산 사진쟁이 시발점이 될 줄은 그땐 몰랐다.

제석봉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기 힘들게 매섭다
손은 얼어붙어 필름 한번 갈고 나면 눈물이 나고, 코에는 콧물이 얼어붙어 고드름 생기고....

한신계곡에서 밀려오는 매서운 바람에 눈가루 날려 노을에 반사되니
하늘은 불타고.......
제석봉 고사목 상고대....눈가루...노을...운해.....

추워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지리의 감동에 울었다.

그때 그 순간
자연이 주는 신비감에 매료되어
난 지리산 사진쟁이가 되고자 했고
오늘까지 200회가 넘는 지리산 촬영은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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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산정에서 산 선배는 배낭에서 과일 하나 소주 한잔으로 제사상을 차리더니
핸폰으로 자신의 집과 중계방송을 하듯이 제사를 지내는 걸 보고,
속으로 별미친 사람 다보겠네....하였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내 모습은 어떠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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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지는 거나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은,
해와 달이 살아 있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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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 기우는 노을이 아름다움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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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002년 6월 "임대영의 지리산 사계" 사진전 당시,
평소 알고 지낸 지인이 전시장에서
"난 저사진 가져가야것소"
"사진 값은 당신이 달라는데로 줄것이니 꼭 가져가게 해주소"
그렇게 나의 손을 떠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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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나의 사진전 대표작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원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판매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나의집 거실에 걸려 있다
때론
천만금을 주어도 팔고 싶지 않은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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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