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2010-3-21)
고락셉(5,140m)~칼라파트라(5550m)~고락셉~두클라(4,620m)
5시 가이드 뻐덤이 깨웁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혈압약과 두통약을 먹고 5시 30분 길을 나섭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출발한듯 합니다
고락셉(5,140) 5천고지 새벽...몸도 풀리기 전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정말 힘이듭니다
1/3쯤 오르니 저만치 아래서 한두사람씩 보이더니 이내 저를 추월해 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8일간 제대로 한끼도 먹지 못한 제가 어찌 남과 같은 속도로 오르겠습니까
(작은 탑들과 푸모리)
(칼라파트라 정상...뒤의 봉우리는 푸모리입니다)
하나의 주름을 오르니 또다른 주름이 저만히 있고 그 주름들의 오름을 수없이 반복해야 그 끝이 보입니다
주름은 사람살이를 닮았습니다
젊어서 패기가 넘칠때는 그 주름을 넘는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나이가 먹으면서 작은 주름 하나도 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내면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반쯤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고소의 또다른 공포는 뇌의 활동이 정상이 아니기에 평소와 같은 사고를 할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어느순간 오르던 길을 뒤돌아 보니 눕체(7,861)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던 에베레스트의 모습이 그 웅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베레스트)
(쿰부빙하)
한국을 출발할때 무게때문에 가져갈까 말까 여러번 망설인 끝에 딱한번 에베레스트를 촬영하기 위해 가져온 렌즈를 찾으니 한번도 쓰지 않는 렌즈 무겁다고 롯지에 두고 왔답니다
뭐라고 나무랄수도 없고 거참~~!
반이상 올랐는데 다시 내려가서 가져 오겠다는 녀석을 가까스로 말립니다
명색이 사진하는 넘이 렌즈하나 챙기지 못하고 배낭마저 가이드에게 맞기고 오르고 있으니....
암튼, 다시는 촬영할수 없는 사진 한장을 가슴에만 담았지만 착한 마음과 인생의 교훈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달팽이처럼 기다가 쉬다가를 반복하여 칼라파트라(5,550m) 정상입니다
저는 쓰러지듯 삼각형의 꼭지점과 같은 칼라파트라 정상에 주저 앉고 맙니다
빙벽으로 이루어진 푸모리봉이 바로 등뒤에 있고, 눕체, 사우스콜(7,966), 에베레스트, 쿰부체(6,639) 푸모리로 이어지는 장대한 빙벽들이 저를 중심으로 둘러져진게 정말 장관입니다
티베트와 네팔의 경계를 이루는 빙벽의 스카이라인은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도 발밑에 있습니다
얼어붙은 호수도 쿰부빙하도 보입니다
특수한 장비없이 보통 사람으로선 더이상 나아갈 길이 없습니다
저는 가만히 않은채 눈가에 이슬만 맺습니다
갖은 고생을 다해 최종 목표지점에 올랐는데도 너무 지쳐 아무런 환희심도 솟아 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온 일들이 주마등 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갑니다
평생을 움켜지려던 욕심도, 버릴수 없던 아집도 용서할수 없던 일들도 여기선 아무것도 아닙니다
칼라파트라는 색계입니다
(푸모리)
(눕체와 뒷편의 에베레스트)
힘들고 지친이에게 내리막길이라고 쉽겠습니까
로락셉 롯지 햇볕 좋은곳에서 차한잔 하다 말고 잠시 정신줄을 놓습니다
가이드 녀석이 "사장님"하고 깨워서 정신을 차리니
"사장님 해냈습니다"
"딩보체나 루클라에서 포길할줄 알았는데 정말 잘하셨습니다"
자슥....진즉 나는 한번도 포기한다고 생각은 않했는데....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일상은 가까워집니다
지칠대로 지쳐 잠시 휴시 휴식중에도 깜빡깜빡합니다
두클라(4,620) 마지막 내리막길은 길고도 힘이듭니다
하루만에 해발 1,000m를 오르내린겁니다
두클라에는 롯지가 하나밖에 없기에 포터가 먼저 내려가 방을 잡았습니다
사람이 한번 남에게 의지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걷잡을수 없는게 사람마음인가 봅니다
저만치 방을 잡으러 달려가는 포터를 보며 배낭좀 메어주지 하는 맘이 생깁니다
제가 고락셉 마지막 오르막직전 1킬로미터를 남겨두고 포터가 제배낭을 메고 올랐던것 말 했던가요
고소로 머리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봅니다
잠시나마 생각조차 하기 싫은 저의 마음을 지울려고 합니다
롯지가 하나 밖에 없기에 꽤 많은 트래커들이 난로주위에 몰려있습니다
저도 그 틈에 끼어듭니다
저녁은 한숫가락도 먹지 못합니다
롯지 방으로 갈려다 비틀거리는 저의 모습에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입니다
모두들 말짱한데 저만 힘들어 하는것 같습니다
내일은 고도를 많이 낮출것이니 먹는게 훨씬 수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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