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젊은 혈기를 추체하지 못하던 어느날....
친구는 등산용 배낭을 여러개 가지고 와서 주섬 주섬 짐을 챙기더니 산에 가자고 했다
체루탄 연기 자욱한 대학가를 피해서 우린 도망자처럼 도심을 벗어났다
그 길이 내인생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을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친구따라 장에 가듯이 산으로 향하였다....지리산으로.....
20대의 지리산은 나 자신의 도전의 대상이었고, 도피처였다.
한때 지리산 산적이 되려고도 했었다.
30대.. 지리에 반하여 카메라와 함께 구석구석을 더듬었었고,
40대.. 지금은 나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다.
지리산 사진가 보다는 지리산쟁이로 살고싶어
아직도 이 능선 저 골짜기를 헤메이고 있다
나만 아니라 누구나 다 제대로 쉬고 싶다고 소망하며 후 일을 위해 열심히 뛰어 왔건만,
보일 듯 잡힐 듯 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 듯 하다.
20대는 20km, 30대는 30km, 40대는 40km로 달리는게 인생의 시간 속도라는데 공감이 간다.
뒤 돌아 보면 이룬 건 없고,
앞으로 보면 잡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데 맘대로 되지는 않고,
초조와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가고.........
나만의 인생관과 철학이 확실히 자리잡아 있어야 할 40 대인데……
아직도 변변한 살림세간 하나 제대로 장만하지 못하고
내 인생 모든걸 투자한 사진 또한 시원찮으니…….
각설하고.
지난 25년....지리산과 함께한 시간은,
지리산에 대한 사랑과 애정,
나 자신에 대한 반항, 사회와 현실에 대한 갈등.....
꿈과 현실....이상과 삶의 돌파구였다.
백번 천번을 생각해도 후회가 있을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순간 순간 난 진실하였고, 최선을 다했기에.....
일상에서 일을 할때는 언제나 지리산을 그리워했고,
배낭을 꾸릴때는 새색시에게 장가가는 전날밤같은 기분이었다.
산을 오르는 발걸음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 세차게 몰아지치는 숨결마다 내가 알수 없는 곳으로 이끌려 나갔다.
친구도 버렸다.
직장에서도 저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가족들도 버렸다.
그 무었인가를 쫒아가면서......
정작 삶에서 중요한것들은 잃었지만,
오늘도 지리산 사진사에서 나의 이름석자를 새길 사진들이 남아있다
그렇게 앞만보고 올랐던 지리산.....
어느날 자고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시사철 촬영계획을 세워 놓았던것....그 어느것도 보이질 않는다.
끝없는 봉우리를 넘고나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더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암튼,
가야할 이유와 목적이 없어지니 지리산 또한 다르게 다가온다.
지리산은 나에게 신앙이었고 삶의 전부였다
그 지리산이 이젠 그냥 덤덤하게 다가온다
그냥 산으로.....
그 옛날의 삶 전부였던 산으로........
올해 들어서 한번도 지리산에 가지 않았다
그냥....평소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후 아들넘과 수영장에서 운동하고 집에와서 책보고 음악듣고......
주말이면 현관문을 열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종일 책보고 음악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그렇게....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지금 이시간들이 나에게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행복한 시간들이다
가끔
산에 가지 않느냐고 전화들이 온다
"가야지요...가고 싶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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