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13. 12. 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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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같이한 지난 십수년....
밥벌이도 안 되는 일에 몰두했지만 딱히 이거다 하고 드러내 보일 작품 하나 없다.
그러나 뚜렸한 결과는 없지만 부끄럽지 않으려고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왔다.
일을 하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도 사진만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18년이나 다닌 직장에서도 변번한 직함하나 없다.
이젠 가까운 지인들도, 친구들도 하나 둘씩 내곁을 떠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보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즐거웠고,
지인들과 대소사에 참석해야 할 시간에 카메라를 메고 산을 올랐다.
늘 이해해 주겠지.....
언젠가는 형제들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겠지 하면서.....
그렇게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고
굳이 그 세월동안 무었을 하였느냐고 묻는다면.....

"세월을 가슴속에 담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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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혼자였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둘.....
셋.....
그리고.....다섯명.....

왕시루봉을 가고자 했다
그러나
우린 왕시루봉이 아닌 다른 그곳으로 간간히 내리는 빗속을 뚫고 올랐다
밤새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권주삼아 새벽을 기다렸고,
그리고
우린 보았다
세상 무었과도 바꿀수 없는 지리가 주는 장엄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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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고,
잎이 나고 지는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내 영혼과 삶... 사랑....사진, 음악,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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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리산을 찾는 것은
지리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니다

지리산에
푸른 내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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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님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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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야/임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