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트래킹 5
<트래킹 넷째날>
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날씨 맑은후 흐림
3시 30분에 기상을 한단다
하루종일 고소증세에 시달렸고, 내일은 더 심해지면 어떻하나....하는 생각에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변절되어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비아그라"와 몸에 붓기마져 있는듯 하여 이뇨제인 다이아목스를 복용하였다
비아그라 때문인지 평소 나의 맥박수는 50회를 잘 넘기지 않는데 70회가 넘어간다
폐고혈압 치료제로 폐동맥 혈류량이 늘어나니 맥박수가 올라가는것 같다
어찌되었건 내일은 고소없이 꿈에 그리던 ABC(4,095m. Annapurna Base Camp) 를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도하며 룸파트너의 코골이를 대비하여 귀마개를 하니...이런 된장~~!
나의 빠른 맥박수에 때문인지 심장소리가 망치질을 하는듯 쿵...쿵....쿵....거려서 도저히 귀마개를 하고 잠을 이룰수가 없다.
귀마개를 빼면 바우의 탱크소리에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고,
설상가상...저녁에 먹은 달밧때문인지, 고소증세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배탈증세로 밤새 화장실을 다녀야 했다
03 : 30
아무리 생각해도 잔듯 안잔듯 비몽사몽 거리고 있는데....
가이드가 차한잔 들고 "굿모닝"하며 문을 두드린다
04 : 30
머리는 조금 나아졌으나 뭘 좀먹으면 토할것 같이 메스꺼워서 눈도 뜨지 않고 그냥 누워 있으니 바우와 가이드 "뭐던"이 차례로 밥먹어라고 깨운다
좀더 누워 있다 겨우 일어나 식당으로 가니 음식냄새가 역겨워,
가이드에게 그냥 여기서 자고 있으면 안되냐고 하니....그건 자유란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었다가 5분쯤 후에 식당으로 가서 먹는둥 마는둥 한다
나만 잘 못먹는줄 알았는데 어제 고도를 약 1,000m를 높였고 꼭두 새벽에 밥을 먹어라니 잘 넘어 가지들 않는 모양이다
목표지점 ABC(4,095m. Annapurna Base Camp)가 바로 저긴데.....
한국에 돌아가 쪽팔릴것 보다
평소 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같이한 트래커들의 눈길이 무서워 짐을 주섬 주섬 챙겼다.
뭐....나는 나갈 길을 가는데...하고 말수도 있지만....이런 순간에도 주위 신경을 쓰니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는가 보다
05 : 30
렌턴불을 켜고 막 출발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
모두들 먼저 가라고 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옷을 다버릴뻔 하였다
뒤쳐져 천천히 걸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보다 더 고소증세를 호소하며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비교적 편하게 어둠속에 한발 한발 고도를 높일수 있다
MBC를 향하는 길은 계곡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계곡을 둘러싸고 깍아지르는 고봉들로 둘러싸여있다
30~40분쯤 걸어니 날이 밝아오며, 나의 몸도 서서히 이 산에 적응하여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산군의 위용을 가슴 가득 담을수 있다
기어 가는것인지 걷고 있는 것인지 나무늘보 걸음으로 걷다보니....다시 뱃속에서 신호가 온다
아...이 먼 이국땅 안나푸르나 기숡에서 실례를 하여야 하다니...
어제 저녁부터 화장실을 몇번왔다 갔다를 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다리와 온몸에 힘은 풀리고, 고도 3,500m를 넘어서니 점차 숨쉬는것 조차 힘이든다
08 : 30
그렇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MBC(3,720m. Machhapuchhre Base Camp)에 도착한 시간은 08 :30
Deurali에서 3시간이나 걸렸다
같이한 이들은 벌써 ABC로 떠났고,
가이드가 내민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으로 원기를 다시 모으니 Machhapuchhre, Hiun Chuli, Annapurna 산군들이 눈에 들어온다
4,195m의 ABC 가는 길은 평지라고 느낄 정도의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지금 부터는 정말 숨쉬기 조차 힘이든다
가만히 있으면 견딜만한데 움직이면 힘이든다....처음 격는 고소증세이기에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말로는 표현이 잘 되질 았는다...결국 체험을 해봐야만 알수 있을듯.....
10m전진 1분휴식, 다씨 10m 전진......
이렇게 30분쯤 올라가니 등뒤로 Machhapuchhre 넘어로 태양이 떠오른다
갑자기 원인모를 기운이 온몸을 퍼지며 사진가의 거친 숨소리 만큼이나 빠르게 셔터는 돌아간다
촬라~~!
이 극적인 순간을 17년간 지리산에서 갈고 닦은 감각으로 놓치지 않고 기분좋게 촬영하였으니,
어찌 결과가 궁금하겠는가?
이미 나의 가슴속에 Machhapuchhre의 장엄함을 담아 두었으니....
아침에 고소증세로 올라오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을까.....자신을 반성해본다
암튼,
이 히말라야 땅에서도 지리산에서 흘린 나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이제부터는 10m 전진....셔터 몇컷 눌러고....다시 10m 전진.....
이렇게 고도 4,000m가 가까워 지니 완전히 나의 걸음은 3보 1배이다
3걸음 걷고 1번 고개숙여 허덕거리도....
ABC 가는 길가에는 아직도 잔불이 남아 있는걸 보아 하루전쯤 야크 몰이꾼들이 내년봄에 풀이 잘자라라고 불을 놓은듯....대지는 온통 시커먼 잿빛이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눈감고 눌러도 사진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없이....
후회 없이.....
ABC표지판 앞에서 다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난 그냥...지나 친다...힘들어서....
10 : 50
ABC(4,095m. Annapurna Base Camp)에 도착하여 "밍맛" 포터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얼마나 오랜시간을 오고 싶었던 곳인가~~!
얼마나 꿈꾸었던 곳이란 말인가~~!
산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1983년 부터 꼭 25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안나푸르나에 올랐다
기쁨과 감격....지난 세월이 교차하여 눈물겹지만,
사진가로서 이 순간 감정에 젖어 있을순 없다
나의 모든 감각과 능력을 동원하여 한컷 한컷 촬영하였다.
ABC는 MBC에서 느끼었던 고소증세와는 확실히 다르다
앉아서 촬영하다 일어서니 현기증에 넘어질뻔 하고,
옆에서 바우가 말을 시켜도 대답을 하기가 힘이든다.
이런게 4,000m의 고소인것 같다
이곳을 지금까지 수많은 트래커들이 다녀갔고 그중 사진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인데 좋은 사진 구경하기가 힘이 들었던 이유를 이곳에 오르고 나서야 알것 같다
그 사람들도 나같이 고소증세로 무기력해져 사진을 촬영하기가 힘이 들었나 보다
암튼,
사진가에겐 다음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순간 최선을 다할수 밖에.....
후회 없이 촬영을 끝내고나니, 안나푸르나 날씨가 변득을 부린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다
맨 마지막으로 11 : 50에 출발하여 빠른 속도로 하산하여 올라갈때 2시간 30분 걸렸던 거리를 40분 만에 하산하였다
고소증세에는 고도를 빨리 낮추는 방법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2 : 30
MBC에서 점심으로 라면이 나왔는데 몇젖가락 먹어보니
토할것 같아서 젖가락을 놓고 먼저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 뒤돌아 보니 벌써 안나푸르나에는 눈이 내리는듯 하다
그 청명하고 눈부시던 Machhapuchhre, Hiun Chuli, Annapurna 산군들이 온데 간데 없다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나의 렌즈로 가슴으로 사진을 담을수 있게 해준 이곳의 산신께 감사를 드리면서 하산을 서두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머리 아픈것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조금만 걸음이 빨라지면 숨이차고 메스껍다
14 : 50
아침에 최악의 컨디션으로 출발한 Deurali에 2시 50분에 3등으로 도착하였다
"저...맨날 꼴찌만 안합니다"
잠시 휴식한후 평탄한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하산하였다
고소증세에서 벗어 날수 있는길은 빨리 고도를 낮추는 방법밖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16 : 00
그렇게,
올라갈때 배낭마져 맏기면서 힘들어 했던길을 가볍게 고도를 낮추어 4시에 히말라야 롯지에 도착하였다
맥주 한켠을 마시고 산행후 처음으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내가 ABC를 갔다 왔단 말인가~~!
힘든 하루 일정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며 고소증세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가이드가 가져다준 찌아(밀크티) 한잔과 함께 꿈같은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피로를 풀어본다
고소증세란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것 같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프가, 눈이 빠질것 같다, 토할것 같다, 치통이 있다....
암튼, 하도 다양한 증세를 호소하기에...
고지대 산소 부족으로 오는 증세인다 순간적으로 기억까지 잃어버리는것 같다
예방법은 천천히 땀이 나지 않게 올라가는 것이며,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고도를 낮추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틀동안 고소로 고생하는 모습을 본 댓빵가이드 "뭐던"이 저녁식사로 나에게만 누룽지를 내민다
한국에 한번도 와본적이 없는 뭐던은 곧잘 한국말을 하고 트래커들을 세심히 살피는게 아주 똑똑한 청년같아 보인다
무사히 ABC를 다녀와서인지 저녁 식사후 트래커들은 모여서 술판을 벌인다
늘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앉아 있는다
소위 폭탄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보지만...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평소 근엄하고 말이 없던 사람들고 술만 먹으면 본인의 속내를 들여내고....
한잔 두잔 술이 돌아가니 노래도 부르고....
불편한 자리를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겨우 빠져나와 잠자리에 들었다